(사진=강혜인 기자)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에는 야 4당 가운데 자유한국당만 표결에 불참했다.
한국당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문재인 정부의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원천배제'라는 공약에도 전면 배치된다는 이유로 본회의를 여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마이웨이 행보'를 두고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경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은 본회의 표결 전까지 원내대책회의와 두 차례의 의원총회를 열며 대응 전략을 고심했다. 참석자들 가운데서는 이 후보자 인준 찬성 여론이 높은 가운데, 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한국당은 결국 '강경대응'을 택하면서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반대 명분 설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 의원들과 함께 서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 대행은 "우리는 여론조사상 국민들의 대체적 생각이 어떤 것인 줄 알면서도 임명동의에 강력히 저항할 수 밖에 없다"며 "제1야당으로서, 이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갈 때는 견제와 비판을 하는 것이 당연한 책무이고, 때로는 강력한 저항을 불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야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시에도 일단 참석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퇴장하는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을 두 번 씩이나 항의방문 한 것도 '발목잡기'가 아닌, '여당의 일방통행'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다른 야당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특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이 후보자의 적격성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국정 공백 상황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인준 절차에 협조한 것이다.
새 정부 첫 인사에서 여야 협치가 이뤄진 셈이지만, 한국당 만큼은 이 같은 기류에서 벗어났다. 한국당은 오히려 인준 절차에 참여하는 다른 야당에게 "여당 2중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새 정부의 공약파기를 문제 삼으면서도 본인들의 공약파기 논란에는 '꼼수대응'을 하면서 비판의 진정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 의원 26명은 지난 총선에서 내세운 '5대 개혁과제 미이행시 1년 치 세비반납' 약속 기한을 하루 앞둔 30일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또 개혁과제 이행이 아닌 법안 발의 만으로 공약을 지켰다고 선언하면서 공약파기 논란을 빗껴갔다.
야당으로서의 견제 명분을 앞세운 한국당의 '공약파기', '협치파기' 공세가 새 정부 힘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정 대행은 한국당의 불참 속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 기자들과 만나 "이런 현상이 벌어진 모든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앞으로 국회의장 불신임안을 비롯, 모든 대처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강경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