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주민센터 주변에 갑자기 쏟아진 우박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전남과 서울 등에서 여름 우박이 쏟아져 일부 지역에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반짝' 소나기가 온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구를 비롯한 서울 남남동 일부 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쏟아졌다.
기상청은 우박을 직접 관측하지는 못했지만, 레이더 시스템 등을 통해 이들 지역에 우박이 떨어진 사실을 파악했다.
SNS에도 서초구 양재동과 서초동, 강남구 논현동과 대치동 등에 우박이 내렸다는 글이 올라왔고 "주먹만 했다"거나 "포도송이 같다"는 등 우박 목격담이 잇따랐다.
또 "서울인데 우박으로 베란다 아크릴 지붕이 뚫렸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다만 이날 정오 현재 기상청이나 소방당국이 공식파악한 우박 피해 신고는 없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기온은 23.7도로, 남부 지역은 소나기가 잠시 내려 비교적 후덥지근한 초여름 날씨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전날에는 담양과 곡성 등 전남 일부 지역에 오후 5시55분부터 1시간 동안 최고 70㎜의 집중 호우가 내린 가운데 지름 5∼7㎝짜리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 피해와 함께 비닐하우스, 축사, 차량 파손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들 지역의 18시 기준 기온은 23∼24도였다.
담양군 금성, 용면, 월산면에서는 고추, 참깨, 오디, 복숭아, 매실 등 농작물 35㏊가 피해를 봤고, 비닐하우스, 벼 침수 피해도 50㏊로 잠정 집계됐다. 비닐하우스 48동, 주택 5동, 축사 3동, 차량 5대도 파손됐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도 발생했다.
곡성 겸면, 오산. 옥과, 삼기면에서도 사과, 배, 매실 등 유실수 357㏊와 옥수수, 고추, 참깨 등 밭작물 224㏊가 피해를 입었다. 장성 북위면에서도 사과, 오디 등 농작물 66㏊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기온이 높은 초여름 날씨에 얼음덩어리인 우박이 떨어져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초여름은 오히려 우박이 내리기 쉬운 계절이다.
얼음 결정체들이 응집된 우박은 대기 중상층과 하층 사이의 기온 차이가 크게 나 대기가 불안할 경우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와 함께 내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3∼4일 동안 우리나라 북쪽에서 찬공기가 남하한 까닭에 현재 대기 상공 중하층(지표로부터 약 3∼5㎞)의 온도가 매우 낮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구름이 발달하고, 구름 내부 곳곳에 물이 어는 환경인 영하층이 군데군데 만들어지면서 얼음 덩어리의 결정체인 우박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우박은 봄에서 여름철로 넘어가는 시기에 더욱 잘 나타난다.
지표면의 뜨거운 여름철 공기가 대기 상부까지는 아직 전달되지 않는 시기인 탓에 대기 중층에는 대부분 찬공기가 남아 있어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봄에서 여름철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대기가 불안정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우박이 자주 내리며 특이한 기상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