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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이 안 보인다' 갈수록 꼬이는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울산

    '해법이 안 보인다' 갈수록 꼬이는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노조, 농성 간부 연행에 반발…사측, 경영난 감안 촉구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가 울산시의회 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 타결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간 노조 간부가 연행되는 사태가 빚어지자 노조는 물론 노동계와 정치권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수주 가뭄으로 유급휴가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회사는 노조가 경영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농성 중인 노조간부 연행…노동계·정치권 '발끈'

    현대중공업 노조 김진석 수석부지부장과 김병조 정책기획실장이 울산시의회 건물 옥상에 오른 것은 지난 5월 25일. 이들은 해를 넘기고도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지난해 임단협의 조속한 해결과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문제는 농성 일주일째 되는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울산시의원과의 면담을 위해 농성 중인 옥상에서 내려온 김병조 실장을 경찰이 연행한 것. 경찰은 김 실장을 공용건조물 침입과 퇴거 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에 연행된 김 실장은 4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경찰의 연행 조치는 노조와 노동계, 진보 성향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연행 사태와 관련해 남부경찰서장과 울산경찰청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몸이 불편해 농성장에 올라오지 못하는 시의원과 면담하기 위해 김 실장이 농성장을 내려갔는데 이런 그를 경찰이 강제연행했다”며 “면담 중인 노동자가 체포되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시의원과 앞서 점거농성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시의회에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노조 간부 연행과 관련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논평을 통해 "노조와 시의원이 노사대립을 대화로 풀기 위해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경찰이 이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규탄했다.

    노조의 투쟁은 시의회 점거농성 뿐만 아니라 단식농성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18일부터 보름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의회 점거농성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임단협 교섭 타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백 위원장은 최근 극도로 쇠약해져 지난달 30일부터는 회의 주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에 따라 백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에 간략한 검진을 요청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투쟁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강경하게 이어나갈 방침이다"며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속에서 조합원들이 충분히 고통분담을 한 만큼 회사는 임단협 타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수주 가뭄 때문에 유급휴가까지 실시하는데"

    현대중공업은 지난주부터 엔진기계사업본부 유휴인력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은 엔진기계사업부 2천여명 중 유휴인력이 16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30여명이 한달씩 돌아가며 유급휴직을 진행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의 유급휴직은 지난 2015년 건설장비사업본부에서 실시된 이후 2년만이다. 회사가 유급휴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꺼내든 것은 일감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이면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단 하나 뿐이다. 과거 호황을 누릴 때 최대 20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해양플랜트사업이 중단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때문에 회사는 올해 하반기 전체 유휴인력이 모두 5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조선소 내 4, 5도크가 가동 중단된 데 이어 6월 말부터는 군산조선소도 생산을 멈춘다.

    수주 가뭄이 지속되면서 해양사업본부 발주처 외국인 감독관 사무실도 폐쇄됐다. 회사는 지난주 외국인 감독관 사무실로 사용된 7층짜리 건물의 문을 3년 만에 닫았다.

    현대중은 지난 1월 임단협 교섭에서 올 한해 동안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기본급 20% 반납을 내용으로 한 제시안을 노조에 내놓았다. 사측은 노조가 이 제시안을 받아들이고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의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강경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조선소에서 조합원 임금이 삭감되는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진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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