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이보 캡처
한·중 유치원생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웨이하이(威海)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사가 중국인 운전기사의 계획적 방화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수사당국은 2일 웨이하이 란톈(藍天)호텔에서 가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문제의 사고가 버스 운전기사인 충웨이쯔(叢威滋)가 저지른 방화에 의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충씨는 운전석 쪽 창문이 열려진 가운데 버스 중간 부분에서 숨진채 발견 돼 버스 뒤쪽의 아이들을 구하려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중국 수사당국의 발표는 더욱 충격적이다.
당초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비극적 사고 정도로 여겨졌던 버스 화재참사는 중국 수사당국이 버스 폐쇄회로(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던 도중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서 급격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수사당국은 버스 안 불길이 운전석 바로 뒤에서부터 시작된 점을 발견하고 충씨의 행적을 조사하다 범행 전날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을 알아내면서 수사는 급진전됐다.
충씨가 해고를 당하자 휘발유와 라이터를 사 차량에 비치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르면서 고민 끝에 휘발유 통을 여는 영상도 확보됐다.
중국 수사당국은 “버스가 디젤 경유차인데 휘발유를 구매한 점, 충씨가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인데 라이터를 구매한 점 등으로 미뤄 충씨의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평소 특활반으로 야간 운전을 하며 수입이 월 4천위안(66만원)이었던 충씨는 수입이 1천500위안 정도 줄어들면서 평소에도 불만이 컸던 데다, 자신을 대체할 새로운 운전기사가 온 데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씨 자신은 물론이고 당시 유력한 증인이 될 수 있었던 유치원 보조교사도 사망한 상태라 당시 정황이나 범행동기를 정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해고 충격 때문이라고 하지만 11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태운 버스를 운전하던 도중에 갑자기 불을 붙였다는 설명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웨이하이 현지 교민들도 충씨가 아이들을 구하려 노력한 것으로 보고 영정을 합동 분향소에 아이들의 사진과 함께 두고 조의를 표해왔던 터라 수사 당국의 조사결과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가족들은 조사당국의 조사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불복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웨이하이 타오쟈쾅 터널에서 중세한국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버스가 운행 도중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중국인 운전기사 1명과 중국인 인솔 교사가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