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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노동시간 단축 '후폭풍(?)'…더 미룰 이유 없다

경제정책

    예고된 노동시간 단축 '후폭풍(?)'…더 미룰 이유 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 최대 화두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그 골자는 그동안 정부가 주말근무를 따로 계산해 최대 주 68시간 근무를 인정하던 것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것.

    현재 근로기준법은 1주일 4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고, 특별히 연장근무를 해도 12시간 이내로 제한, 모두 합해 주 52시간 근무만 인정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해 기업이 노동자에게 주말 이틀 동안 16시간씩 더 일을 시켜도 처벌하지 않았다.

    노동자가 일하는 시간은 곧 노동자의 임금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기업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주말 16시간 근무에는 통상 임금의 50% 할증을 붙인 휴일근무 수당만 지급하면 됐다.

    하지만 주말을 1주일에 포함하면 주말 근무는 휴일 근무인 동시에 연장근무의 일부로 해석돼 중복 할증이 발생, 연장근무 가산금 50%와 휴일근무 가산금 50%를 합쳐 통상 임금 100% 할증 수당이 지급된다.

    이를 둘러싸고 노·사·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미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에 포함되는지를 따지는 소송만 50여건이 제기됐고, 이 가운데 14건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특히 14건 중 11건은 이미 하급법원에서 휴일근무가 연장근무에 포함된다며 사실상 정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됐다고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대해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우선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주 68시간 근무를 인정했던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폐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앞서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한 계획과 거의 같은 방안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이제껏 불법 지침을 고집해 시장의 혼란을 빚고, 노동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수당을 절반만 받도록 방조한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는 처사라고 반발한다.

    (사진=청와대 제공)

     

    더구나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던 걸 고려하면 시간만 낭비할 것 없이 즉각 지침을 폐기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그동안 국회 환노위가 이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현장의 혼란을 빨리 해결하려면 위법한 정부의 행정지침을 폐기하는 방안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국회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놓고 여야 간에 첨예한 대립을 벌였지만, 단축 방식과 임금 할증률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합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행정지침 폐기를 꺼리는 이유를 놓고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급격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후폭풍'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정부가 행정지침을 폐기하거나,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질 경우 법 개정을 기다릴 것도 없이 곧바로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러면 기업들은 앞으로 주말 근무에 대해 100% 할증된 수당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최근 3년간 미지급된 연장수당 소급분도 한꺼번에 노동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중복 할증이 인정될 경우, 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돈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추산 약 7조 6000억원, 한국경제연구원 추산 12조 3000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경영계와 정부는 노동자들의 줄소송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큰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할증수당 파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남 대변인은 "우선 행정지침을 폐기한 뒤 관련 문제점을 국회가 입법 활동으로 보완하는 것이 옳다"며 "상위 근로기준법 자체를 잘못 해석해서 혼란이 있는데, 입법 논의로 시간만 끌면 옳지도 않고 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정작 경영계와 정부가 우려하는 '줄소송 후폭풍'은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지침을 폐기할 경우, 그동안 기업이 미지급한 수당에 대해 노동자가 기업에 소송을 제기해 돌려받는 민사상의 해결법과 정부가 실태를 단속하는 형사상의 해결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미 대기업 등에서는 노조가 단체협상 등을 통해 주말 중복수당을 보장받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노조가 없어 주말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영세기업 노동자가 노조 없이 사측을 상대로 3년 전 수당을 달라며 소송에 나서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을 빚을 만큼 '줄소송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

    김 위원은 "남은 형사상 해결법, 즉 정부 단속도 이미 국회 계류중인 개정안에서 정부가 밝힌대로 시장의 충격을 줄이도록 단계적으로 단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능성도 낮은 '줄소송 후폭풍'으로 정부가 엄포를 놓으며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을 합의하도록 강제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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