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청와대가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사정기관이 작성한 인사자료를 거부하다가 지난주부터 뒤늦게 자료를 다시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 靑, 사정기관에 "인사 관련 보고서 제출 말라" 지시했다 최근 번복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은 정부 요직에 갈 수 있는 주요 인물들의 활동상황을 정리해 놓은 존안(存案)자료를 작성해 보관한다.
박근혜‧이명박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 역시 이런 존안 자료를 인사검증에 활용해 왔다.
참여정부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존안 자료는 참고자료일 뿐 의존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존안 자료를 검증과정에 활용했다"고 귀뜸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출범 이후 이들 사정기관에 '주요인물과 관련된 자료를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부처와 기관 등을 담당하는 '국내정보 담당관(IO‧Intelligence Officer)'이 속한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상황에서 사정기관들로부터 존안자료를 받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신 전과나 공무원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는지 조사하는 신원조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받은 후보자의 부동산과 금융거래정보, 인사혁신처에 기록된 인사자료 등을 종합해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의 '평판 조회'는 받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청와대는 지난 주부터 이들 사정기관에 다시 주요 인물들에 대한 업무 추진 능력과 세평(世評) 등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원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정권 출범 초기에는 '사찰이라는 구설이 나올 수 있으니 인사와 관련된 보고서도 올리지 말라'고 하더니 이번 주부터는 '(공직)후보자에 대한 자료를 요청 하더라"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 전입 해명 논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주민등록법 위반 등 정권 초기 지명된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청와대가 예상치 못했던 논란이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일 내정이 취소된 안현호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이용섭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안현호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청와대 인사 검증에서 걸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 "사정기관 인사자료 거부는 정무적 실책"…고위공직자 검증시스템 재정비 필요할 듯이런 상황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정무적 실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여권관계자는 "사정기관에서 인사자료를 보고하는 시스템이 정착됐고 상당한 자료가 축적돼 인사에 활용할 수 있는데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실책"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때 민정수석실 상황을 잘 아는 한 여권인사도 "사정기관 인사자료를 의존하지 않고 참고할 수 있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정기관에 대한 인사자료 제출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인사검증과 과정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청와대가 당분간 사정기관의 인사자료를 활용하더라도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의 폐지가 예고된 만큼 공직후보자 검증을 위한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평판 조회'는 의견이 포함된 만큼 비교 확인을 해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 국정원의 국내 정보 파트가 폐지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작성한 인사 자료에 공직자 평판 조회를 의존할 경우 '경찰 정보 파트'의 힘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인사 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7년 동안 후보자의 거주지를 알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평판 조회를 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우리나라도 공직자의 검증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