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귀국하면서 범(凡)보수 진영에 미칠 파장의 방향과 세기에 관심이 쏠린다.
당면한 이슈는 오는 7월 3일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의 향배다. 박근혜 정부 실각 이후 당내 역학구도 상 친박계가 홍 전 지사의 당권 접수를 방어하긴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홍 전 지사의 재(再)등판은 한국당 당권 경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홍 트럼프’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막말’ 수준의 비판을 쏟아내며, 대여(對與) 강경 투쟁의 깃발을 들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한형기자
◇ ‘미국 구상’ 결론은 “자유대한민국의 가치”홍 전 지사는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300명가량 인파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김명연‧이철우‧홍문표 등 ‘친홍(親洪)' 의원들도 마중 나갔다.
귀국 일성(一聲)은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인정이었다. 그는 “저와 한국당이 잘못을 하는 바람에 대선에서 패했다”며 “여러분의 뜻을 받들지 못해서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귀국 전 친박계를 향해 “빠지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자세를 많이 낮춘 모습이다.
미국에 머물며 가다듬은 구상에 대해선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대외 활동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태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방향성도 ‘자유대한민국’으로 분명히 했다. 제1야당으로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선명한 대립각, 개혁적 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 등을 암시한다. 귀국 때가 출국할 당시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점도 홍 전 지사 입장에선 긍정적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윤창원기자
◇ 당권 접수 가능성…뚜렷한 대항마 없어‘반홍(反洪)’으로 내몰린 친박계는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 않겠다며, 당 대표 경선을 벼르고 있다. 원유철(5선) 의원이 ‘친박 맏형’ 서청원(7선) 의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유기준‧홍문종(이상 4선), 윤상현(3선) 의원 등 핵심 친박 의원들도 칼을 갈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홍 전 지사를 상대하긴 버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체 107명 의원 중 70%에 달하는 초‧재선 의원들,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입당파’ 의원들이 큰 변수인 상황에서 친박계가 큰 지지를 받기엔 회의적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친박계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다수가 승리하는 방식 혹은 당 대표 경선을 피해 외부인사를 영입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홍 전 지사도 계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경선에 대해 ‘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추대' 명분을 강화해 놓은 상태다. 출국하면서 “친박은 뒤로 빠지라”고 했고, 방미(訪美) 중 SNS에 “바퀴벌레”라며 친박의 출마를 비난하기도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투표일인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당직자들을 격려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황진환기자
◇ ‘성조기’ 든 환영 인파, ‘보수 개혁’ 바른정당과 경쟁한국당 내부에는 지난 대선에서 24%의 득표율을 기록한 홍 전 지사의 개인기를 기대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전 지사가 전대 전까지 여권과 강한 대립각을 세우며 주가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이낙연 총리 같은 경우 우리가 제대로 공격하지 못했지만, 당장 김상조 공정위원장‧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선 공세의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여 강경 노선이 대선을 통해 궤멸한 보수의 재건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우경화 돼 있는 스탠스는 친박계와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공항 환영객 대부분도 성조기를 들고 찾아온 이른바 ‘태극기 부대’였다.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도 주목된다. 이 역시 대선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홍 전 지사는 대구‧경북(TK)에서 40% 이상 득표했지만, ‘반(反)문재인’ 심리에 기댄 결과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지난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TK에서 한국당(18%)이 바른정당(22%)에 밀린 점도 악재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