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법조

    헌재, "'fucking crazy' 무조건 모욕 아니다"

    "문맥상 '어처구니 없다'로 봐야"…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사진=자료사진)

     

    'You are fucking crazy'라는 말이 단순히 경멸적 표현이라며 모욕죄 혐의를 인정한 검찰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발언의 자초지종을 볼 때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으로 쓴 표현인데도, 자의적으로 검찰권이 행사됐다는 이유에서다.

    60대 이모씨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40대 주민과 말다툼을 하다 "You are fucking crazy"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모욕죄로 고소됐다.

    아파트 뒤편 화단에 물을 주는 것을 두고 폭행죄와 무고죄로 고소 갈등을 겪던 중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그해 11월 이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검찰이 나이나 범행 동기 등을 참작해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기소유예 처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상대가) 20살이나 어린데도 계속 반말로 시비를 걸다가 갑자기 아파트 경비원이 보이자 돌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어이가 없어서 영어로 혼잣말을 했다"며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fucking'은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로 '대단히'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crazy'는 '미친, 정상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며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멸적 표현인지는 경위와 상황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상황 등을 볼 때 이씨가 한 발언은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또 다투던 주민이 이씨의 혼잣말을 큰 소리로 외친 것이고, 당시 경비원이 이를 들은 것에 불과해 다수에게 전파되는 이른바 '공연성'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씨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취소하라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