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괴물' 류현진(30 · LA 다저스)이 집중력을 발휘해 위력투를 던졌지만 빈약한 팀 지원에 아쉬움을 남겼다. 내셔널리그(NL) MVP 출신 최고 타자를 농락하는 괴물투를 뽐냈지만 혼자로는 역부족이었다.
류현진은 6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7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고 사사구를 1개도 내주지 않았지만 홈런 1개 포함, 안타 7개로 4점을 허용했다.
2-4로 뒤진 7회말 대타로 교체됐다. 팀이 그대로 지면서 시즌 6패째(2승)를 안았다.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3.91에서 4.08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소득이 없진 않았다. 올 시즌 최장 이닝, 최다 투구에 만족해야 했다. 7이닝 이상 투구는 2015년 어깨 수술 이전인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7이닝 1실점) 이후 처음이다. 이날 102개의 공을 던지면서 올 시즌 가장 많은 투구를 소화했다. 부상 이후 제 모습을 차츰 찾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부상 이후 최고인 시속 94마일(151km)을 던져 구위의 부활 가능성을 높였다. 류현진이 구속 150km를 넘긴 것은 2014년 10월 7일 세인트루이스와 NL 디비전시리즈 3차전이 마지막이었다. 향후 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강 워싱턴 중심 타선 '꽁꽁'워싱턴은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2할7푼9리), 홈런(83개) 1위 등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최강 타선. NL 전체이자 동부지구 1위를 달리는 최강팀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 초반 예전 2013, 2014시즌 전성기의 모습으로 맞섰다. 시즌 2승5패 ERA 3.91의 성적으로는 팀 선발진 경쟁에서 불안한 만큼 호투가 절실했다.
과연 류현진은 1회부터 전력 투구로 나섰다. 첫 타자 트레아 터너를 슬라이더로 유격수 땅볼 처리한 류현진은 라이언 레이번은 3루수 로건 포사이드의 호수비 도움으로 투아웃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최고 타자 브라이스 하퍼. 2015년 MVP를 수상한 하퍼는 올 시즌에도 타율 3할2푼8리 15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초구 시속 150km 강속구와 커브, 슬라이더로 하퍼를 압박한 뒤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올 시즌 개인 최고 구속인 151km(94마일)였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사진=노컷뉴스DB)
2회도 류현진의 괴물투는 이어졌다. 4번 타자이자 리그 타율 1위(3할6푼8리)에 15홈런을 기록 중인 라이언 짐머맨도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145km 몸쪽 높은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5번 타자 대니얼 머피도 151km 강속구로 승부하다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만 6번 타자 앤서니 렌돈과 승부가 아쉬웠다. 초반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아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풀카운트 끝에 던진 체인지업이 바깥쪽에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좌월 1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후속 맷 위터스도 2루수 실책으로 나갔지만 류현진은 마이클 A. 테일러를 3루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는 안정감을 찾았다. 상대 투수 지오 곤살레스를 우익수 뜬공, 터너를 1루 땅볼로 잡은 류현진은 레이번의 잘 맞은 타구를 유격수 코리 시거가 잘 잡아 이닝을 마무리시켰다. 이날 첫 삼자범퇴.
▲'주전 대거 휴식' 다저스, 발목 잡은 수비하지만 류현진 혼자만으로 위싱턴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수비와 타선 지원이 아쉬웠다. 밀워키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다저스는 주전 1루수 애드리안 곤살레스와 2루수 체이스 어틀리,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 좌익수 코디 벨린저가 선발에서 빠졌다. 9번 타자가 류현진임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반쪽' 주전이었다. 타선의 무게감이 확 줄고, 수비의 안정감도 떨어지는 라인업일 수밖에 없었다.
다저스 타선은 3회까지 무득점으로 묶였다. 1회 1사 후 시거가 안타를 때려냈지만 후속 크리스 테일러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잘못 판단해 귀루했다가 횡사했다. 테일러는 우익수 땅볼로 안타 1개를 놓쳤다.
4회 류현진은 아쉬운 수비 속에 실점했다. 하퍼를 슬라이더로 중견수 뜬공 처리한 류현진은 짐머맨도 평범한 타구를 이끌어냈지만 수비 시프트 속에 우전 안타를 내줬다. 머피의 타구는 2루수 병살타 처리가 될 만했지만 테일러가 유격수 시거에 토스한 공이 다소 높게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머피가 1루에서 살았다.
이닝을 마칠 수 있는 상황에서 워싱턴의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류현진은 홈런을 내줬던 렌돈에게 다시 직구 실투를 던져 우중간 인정 2루타를 허용했다. 2사 2, 3루에서 류현진은 위터스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맞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자료사진=노컷뉴스DB)
테일러는 앞서 2회 2사에서 위터스의 타구를 흘리는 실책을 범해 류현진의 투구수를 늘리기도 했다. 치우친 송구를 받은 1루수 키케 에르난데스가 타자를 태그할 수도 있었지만 첫 1루수 출전인 까닭에 베이스를 밟으려고 한 미숙함도 있었다. 이후 류현진은 8번 테일러를 상대하느라 7개의 투구를 더 던져야 했다.
5회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류현진은 1사 뒤 터너에게 빗맞은 타구를 유도했으나 공교롭게도 3루 라인을 걸쳐 베이스를 맞는 안타가 됐다. 이후 폭투와 내야 땅볼로 맞은 2사 3루에서 하퍼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높게 형성돼 우중간 적시타가 됐다. 이날 4실점째.
▲류현진, 여전히 저조했던 득점 지원
타선이 무득점에 그친 가운데 류현진은 6회 그나마 첫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머피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주며 도움을 줬다. 이날 천적으로 떠오른 렌돈을 처음으로 유격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위터스도 1루 뜬공으로 잡아내 이날 두 번째 삼자범퇴를 만들었다.
이날 다저스는 5회까지 워싱턴 선발 곤살레스에 1안타 1볼넷 5삼진 무득점에 그쳤다. 6회에야 포사이드의 볼넷과 시거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든 뒤 테일러의 2루타로 1점을 뽑았다. '임시 4번' 프랭클린 구티에레스의 3루 땅볼로 1점을 더 추가했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2점에 머물렀다.
2-4로 뒤진 가운데 류현진은 7회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테일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대타 브라이언 굿윈에게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터너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레이번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 7회를 마무리했다. 7회말 타석에서 1사 1루에서 류현진은 대타 그랜달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다저스 타선은 여전히 침묵했다. 6회 2점을 낸 뒤 7, 8회 역시 주자가 나섰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9회 어틀리, 벨린저 등 경기 후반 주전들이 대거 대타로 나섰지만 너무 늦었다.
다저스는 이전까지 류현진에게 2.35점의 득점 지원에 그쳤다. 이날도 팀 타선은 2득점에 머무르며 류현진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더더구나 '반쪽 다저스'로는 류현진이 최강 워싱턴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