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키트 공개…팀 쿡 "세계 최대의 AR 플랫폼 될 것"
애플의 연례 개발자회의(WWDC)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HomePod)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수천명의 개발자들은 다른 주제로 떠들썩했다고 블룸버그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이다.
애플의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AR키트를 체험해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애플은 개발자들이 증강현실을 이용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AR키트(ARKit)라는 새로운 도구를 5일 공개했다. AR은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를 통합한다.
소프트웨어 책임자 크레이크 페더리기는 이 시스템이 가상의 3차원 사물을 아이폰의 카메라 화면에 넣어주는 것을 시연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청중의 반응으로만 보면 애플이 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한 것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것은 AR키트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애플의 증강현실 관련 작업을 처음으로 시연한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열의가 많은 분야는 AR"이라면서 "우리는 세계 최대의 AR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성공을 거둔다면 AR 기능 앱의 판매로 서비스 분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AR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경쟁하게 됐다.
알파벳의 구글은 AR에서 이미 애플보다 앞서 움직였다. 구글은 2014년 초 프로젝트 탱고를 공개했으며, 지난달 개발자회의에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탱고는 현재 2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쓸 수 있다.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는 이 AR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외부 개발자들이 탱고를 이용한 앱을 만들 동기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의 기기는 대부분 최신 iOS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는 수많은 이용자가 증강현실 기능을 바로 쓸 수 있다는 뜻으로, 개발자들에게는 훨씬 끌리는 것이다.
페이스북도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지난 4월 개발자회의인 F8에서 "카메라를 첫 증강현실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작업이 페이스북 자체 카메라 앱에 한정되는 반면, 애플은 이들이 독립적인 iOS 앱에 증강현실을 추가하도록 허용한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의 AR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애플의 말은 현실에 가깝다고 더버지는 지적했다.
월트디즈니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맥스 고에드젠은 애플이 AR 앱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짧은 저해상도 동영상인 GIF를 만드는 앱 모멘토의 CEO인 제너디 오크레인은 애플이 개발자를 위한 도구를 빨리 내놨다고 놀라면서, 이를 이용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켓몬 고'의 인기로 증강현실은 게임에 관한 것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쇼핑 등 다른 용도로도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AR 기술의 도움으로 매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이케아 가구나 갭의 옷, BMW의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고 이케아의 소파나 테이블이 공간에 맞을지 보거나 어떤 색깔이 어울리는지 비교할 수 있다.
애플이 새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은 올해 나올 다음 아이폰이나 다른 기기에 AR 관련 하드웨어 향상이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애플은 보통 개발자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다른 지원 서비스를 만든 다음 이 기술과 연관 생태계를 이용하는 기기를 출시한다. 쿡 CEO도 "가장 중요한 일은 정말로 튼튼한 기초를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2011년 음악에 대한 관심을 보인 지 10개월 뒤에 아이팟을 처음 출시했다. 2014년에는 건강 데이터를 추적하고 스마트홈 기기를 지원하는 플랫폼인 헬스키트와 홈키트를 발표했으며, 헬스키트 데뷔 후 약 1년이 지나서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애플은 올해 12월 홈키트 플랫폼을 사용할 홈팟을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은 이제 AR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폰에 AR 기능을 넣을 계획이며, AR 안경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더버지는 iOS 앱 개발자들이 애플의 하드웨어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앱을 만들면 구글 글라스 같은 실패는 피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퍼재프레이의 애널리스트들은 "AR은 애플이 혁신을 위해 가장 집중하는 분야"라면서 "다음 아이폰에 3D 센싱과 다른 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