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야당이 낙마 후보로 꼽으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 외에 추가로 새로운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세금 체납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그 외에 부동산투기, 다운계약서, 논문표절 등의 의혹은 적극 부인했다.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혀 재협상의 의지를 드러냈다.
◇ 위장전입·세금체납 적극 사과, 나머지 의혹은 단호히 부인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초반부터 자녀 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과 거짓 해명이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 관계없이 이 부분을 지적했고, 강 후보자는 청문회 초반에 여러차례 사과했다. 그는 "엄마의 마음으로 제가 잘 아는 모교에 다니면 적응을 잘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했다"면서 "공직자로서의 판단이 매우 부족했고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위장전입 주소지와 관련해 거짓 해명 논란이 인 것에 대해서도 "부부 사이의 소통이 부족해 사실이 잘못 전달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증여세 늑장 납부 문제에 대해서도 "거제도 집을 두 딸에게 넘겨 주며 증여세 (납부가) 미진한 점, 큰딸에게 사업비 2천만 원을 주면서 증여세를 안 낸 것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오히려 "세금 체납에 대해선 자성의 기회가 됐다"며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미처 내지 못한 세금을 낼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적극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고 부인했다.
강 후보자는 박사 논문 표절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일부 따옴이라든가 각주가 어디서 왔다는 것에 대해 미진한 점은 실수였지만 전체로 봤을 때 제 작품"이라고 일축했다.
봉천동 주택 매매에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어머니께서 제 이름을 넣었고 실제 매매 대금은 시공자가 직접 받아간 것으로 시공회사와 매수자가 직접 했기 때문에 어머니도 몰랐고 나도 전혀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경남 거제시의 남편 소유 주택의 땅값이 급등했다는 의혹에 대해 "구입 시점에 이미 땅값이 상당히 올라 평당 33만원을 주고 1억원에 이 땅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콘도의 증여세 탈루 의혹은 "증여 의도가 전혀 없이 구입했으며 수요가 없어서 몇 달 뒤 파는 과정에서 딸에게 간 게 없어서 증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히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증여 의지가 없었다면 명의신탁으로 이또한 부동산 실거래법위반"이라고 역공을 하기도 했다.
강 후보자는 '워킹맘'으로서 가정에 세세하게 신경쓸 수 없었던 점을 강조했고, 여당 의원들도 그 부분을 들어 강 후보자를 옹호했다. 강 후보자는 장녀로서 친정을 부양하기 위해 남편과 경제권이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고,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했다는 점에 양해를 구했다.
'워킹맘'인 강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워킹 맘으로 유리 천장을 견뎌내고 외교부 장관 후보까지 올랐다"고 추켜세운 반면 한국당 유기준 의원은 "'수신제가치국'이 아니냐. 집에서 일어나는 일도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오후 중반을 지나면서 같은 의혹 제기가 반복됐고, 결정적인 '한방'은 나오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 "이화여고 교장 등 핵심 증인이 불출석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위안부 할머니가 준 배지 달아, 위안부 합의 재협상 의지 내비쳐정책 질의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주된 주제에 올랐다. 강 후보자는 나눔의 집 방문 시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서 받은 소녀 형상의 배지를 가슴에 달고 청문회에 임했다.
배지를 차고 무언의 의지를 표한 강 후보자는 "유엔 인권분야를 6년 동안 담당한 사람으로서 한일 위안부 합의서가 나왔을 때 저도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것이 과연 위안부 피해자 중심으로 접근해 도출한 것인지, 과거에 교훈으로 남은 부분을 잘 수용한 것인지 저도 의문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존재하는 것도 하나의 현실이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관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나가는데 있어 모든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말해 재협상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 야당 의원들의 집중 질의가 이어지자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며 확답을 피해갔다.
'사드 배치가 어정쩡한 상태인데 추가 배치를 완료하든지 빼내든지 둘 중 하나'라는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의 질문에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려야 하느냐 예단해서 방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다만 국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지혜를 모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역 보복조치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무역 보복이) 부당한 제재임을 설명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코앞의 문제는 한미정상회담"이라며 "임명이 되면 그 즉시 미국 방문을 추진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후보자는 민간한 외교안보 현안이나 의혹 해명 과정에서도 흥분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또박또박 답변했으며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청문회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