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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집권 한 달…민생·개혁은 '호평' 인사·협치는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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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 집권 한 달…민생·개혁은 '호평' 인사·협치는 '삐끗'

    민생·개혁에 지지도 상승…인사 검증 실패에 협치 스스로 고립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집권 한 달은 '민생'과 '개혁'으로 요약된다.

    취임 첫날부터 '일자리위원회 구성' 등을 업무지시 1호로 내리고, 미세먼지 대책을 전격 발표하는 등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는 행보에 큰 지지를 받았다.

    검찰개혁과 4대강 정책감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보고 누락에 대한 경위 조사 등 잘못된 관행과 절차에 메스를 꺼내 든 것도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했다는 측면에서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도덕성 시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 스스로가 내세웠던 인사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도 거셌다.

    개혁 과제를 이행하면서 보수 야권의 반발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여야 협치의 틀에 균열이 생겼다는 책임론도 대두된다.

    ◇ 민생행보에 국정지지도 고공행진…개혁과제도 '착착'

    문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취임 첫날부터 최근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해 일선에서 근무 중인 소방공무원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고 소방관 처우 개선 등을 약속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처우와 위상을 제고함으로써 국민의 안전과 재산 만큼은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용산 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자리 창출에서는 '광폭 행보' 수준이다.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데 이어, 일자리 상황판도 집무실에 만들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소방서를 방문한 것도 공무원 추가 채용 등 공공부문 일자리 행보와 맞닿아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초등학교를 방문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며 당장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일시 정지했고,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건설은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탈원전'을 약속했다.

    노후 화력발전소 일시 중단으로 얻는 미세먼지 절감 효과는 연 1~2%에 불과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조치였다.

    문 대통령이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배경은 참여정부 시절 '싸움의 정치'란 비판에 매번 국정개혁 과제들이 발목 잡혔던 전례를 반면교사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생 정치로 높은 국정지지도를 유지하면서 개혁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어야만, 개혁 동력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비된 대통령'으로 십분 활용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실제로 높은 지지도로 이어지면서 해묵은 개혁과제들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국정 교과서 폐지' 업무지시는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을 살만도 했지만, 문 대통령은 과감성과 논리로 이를 돌파했다.

    또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 등 그간 법제도 미비로 정상화되지 못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발 빠른 대응을 지시하며 호응을 끌어냈다.

    '돈봉투 만찬' 감찰로 시작된 검찰개혁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전 대전고검 평검사를 임명하면서 '눈치보기'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또 국론분열 쟁점인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절차적 투명성과 국회 동의를 강조했다. 발사대 4기 보고누락 경위조사를 통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국방부의 '꼼수'도 파악하고 적절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하기도 했다.

    민생과 개혁 투 트랙 전략으로 취임 후 한 달을 보낸 셈이다.

    ◇ 뜻밖의 인사 암초…국정운영·도덕성 타격 불가피

    위기는 인사(人事)에서 찾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급하게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5대 인사원칙' 훼손 논란을 자초한 것.

    책임총리를 강조했지만 이낙연 총리의 과거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도 잇따라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좌측부터) 이낙연 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특히 7일 진행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야권은 탈세와 논문표절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이 야당 지도부와 접촉하며 청문회 통과를 간곡하게 요청하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자진 사의 표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 대학원생 등을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은 사실이 뒤늦게 문제제기 되면서 사실상 경질됐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는 추가 인선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 4명을 지명한 이후 열흘 가까이 추가 내각 구성 인사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 철저한 인사검증을 거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이 4대강과 사드 배치 감사를 겨냥해 '정치 보복', '사드 포기 꼼수'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일자리 추경안을 놓고도 "세금만으로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날을 세우는 중이다.

    취임 초반 민생챙기기와 개혁의 당위성으로 야권을 압도했지만 이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 발표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야권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협치의 물줄기도 말라가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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