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 황진환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계란 값이 들썩이고 있다. 아직까지 계란 수급에 큰 변화가 없고, 정부도 계란에 대해선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불안 심리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계란값 오르락 내리락…소비시장 불안 심리 부채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소비자가격은 30개 한 판에 지난 4월 7일 7489원에서 5월 8일에는 7874원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으나 지난 2일에는 7839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지난 3일 제주농가에서 AI 의심축이 신고 된 이후 전국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하면서 7일 계란 가격은 7909원으로 5일 만에 1% 가까이 올랐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에는 계란이 쌓여 있고, 아직까지 수급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 AI가 발생했다고 하니 심리적인 불안 때문에 일부 동네 슈퍼와 소매점들이 계란 값을 올리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AI 5개 방역대 이동통제…산란계 농장은 제외실제로 이번 AI는 100마리 이하 소규모 사육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대형 농장에서는 아직까지 신고 된 게 없다. 특히, AI 발생에 따른 방역대 설정에도 불구하고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 현재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진된 5개 농장(제주 2개, 전북 군산 1개, 부산 기장 1개, 경기 파주 1개)에 대해 반경 10km까지 방역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방역대가 설정되면 발생 농장에서 반경 500m이내 농장의 모든 닭과 오리는 살처분되고 계란은 폐기처분한다. 반경 500m~3km내 농장의 가금류는 자치단체와 농장주가 협의과정을 거쳐 살처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계란은 3주에 한 번씩 출하가 허용됐다.
3~10km는 닭과 오리, 계란 출하가 자유롭게 진행되지만 방역관의 관리감독 아래 이뤄지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에 고병원성 AI로 확진돼 방역대가 설정된 5개 농가에서 반경 500m 이내에는 산란계 농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0m에서 3km까지 방역대에 대해선 사실 정확하게 조사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연초에 워낙 많은 산란계 농장들이 살처분됐기 때문에 이번 방역대에 들어 있는 산란계 농장이 1~2개, 많아야 5개 정도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로 인해 산란 닭의 36%가 살처분 돼 계란공급이 평소 보다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AI로 인한 공급물량 추가 감소는 없다는 얘기다.
◇ 정부, 계란 유통 정상화 위해 길 터줘사실 정부는 이번 AI 발생과 관련해, 산란계 농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가장 많이 경계하고 있다. 닭고기 용도의 육계는 30일 정도만 키우면 출하가 가능해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산란 닭은 최소 5개월이 지나야 알을 낳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산지농장에서 출하된 계란을 정해진 장소에 모은 뒤 중간 상인을 통해 유통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유통비용 증가에 따른 계란 값 상승을 우려해 없었던 일로 했다.
또한, 가축전염병 긴급행동지침(SOP)은 발생 농장 반경 500m~3km 방역대에 있는 산란계 농장에 대해선 3주에 한 번씩 계란을 출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1주에 한 번씩 출하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농식품부가 8일 0시부터 전북과 제주 등 AI 발생지역에서 비발생지역으로 닭과 오리 등 가금류 반출을 전면 금지했으나 계란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AI 예방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 만큼 계란 값 상승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 여름철 계란 소비 둔화…AI 산란계 농장 발생 시 계란값 폭등
문제는 정부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생한 AI의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산란계 농장도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H5N8형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최대 21일이기 때문에 지난 2일 최초 신고를 기준으로 오는 22일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써는 토종닭과 오골계 등을 키우는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차단방역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일반 육계와 산란계 농장에 대해선 이달 말까지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지난번 AI로 산란 닭의 36%인 2500만 마리가 살처분됐지만 통상 여름철에는 계란 소비가 줄기 때문에 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런데 이번 AI로 인해 산란 닭이 피해를 입으면 계란 값은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