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초등교·분교장들 복식수업…경북 299개 학급 '최다' 전국 초등학교 중 2개 학년 이상의 학생들을 1개 학급으로 묶어 수업하는 복식학급이 여전히 적지 않다.
복식학급은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안타까운 현실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급 편성은 같은 학년, 같은 학과로 하되 교육과정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2개 학년 이상의 학생을 1학급으로 편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은 이 규정에 따라 자체 기준을 마련, 학생이 적어 학년별 학급 편성이 어려운 학교에서 복식학급을 운영한다.
충북의 경우 각각 3명 이하인 2개 학년을 합한 전체 학생 수가 5명 이하이면 복식학급으로 지정한다.
8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16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분교장을 포함해 514곳이다.
시·도별로는 경북 158곳, 강원 83곳, 전남 71곳, 경남 46곳, 전북 44곳, 충남 32곳, 경기 28곳, 충북 20곳 등 순이다. 전국의 전체 복식학급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올해는 학교 수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지난 3월 기준 복식학급은 경북이 152개교 299학급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강원은 77개교에 123개의 복식학급이 있다. 충북은 21개교 26학급 규모다.
충북 단양군의 단천초 가산분교는 1·5학년이, 보은군의 수정초 삼가분교는 2·5학년과 3·4학년이, 청주 용담초 현양원분교는 1·4학년과 2·6학년이 복식학급으로 편성됐다.
교육과정이 다른 학년의 학생들을 한데 묶어 가르치는 복식수업은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집중해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고, 교사들은 두 학년을 제대로 가르치기가 만만치 않다.
충북과 강원을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청은 학습권 보장, 농산어촌 교육 격차 해소, 복식학급 담임 기피현상 해소 등을 위해 복식수업 전일제강사(보조교사)를 채용, 지원하고 있다.
담임교사를 보조하는 업무지만, 초등교사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담임교사와 수업을 분담해 비어 있는 교실에서 특정 학년을 가르친다.
강원교육청 손정환 장학사는 "초등교사 자격증이 있는 보조강사는 별도로 수업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전문성 문제로 담임교사의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학급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지역은 복식학급 담임이 혼자 2개 학년을 가르치고 있다.
2·6학년 복식수업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자습을 시키는 방법으로 2학년과 6학년을 번갈아 가르쳤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보조교사를 두면 좋겠지만,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다 초등교사 자격증이 없는데 수업을 맡거나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적절한 지도 논란이 됐다"며 "복식학급 해소는 농산어촌 교육청들의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복식학급을 편성한 학교 대부분은 아기 울음소리가 그쳐 입학 대상 아이가 거의 없는 시골 ·벽지의 '미니학교'들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통폐합 압박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도시민의 귀농·귀촌이 유행하고, 도시에서 '공부 경쟁'을 시키기보다 자연 속에서 자녀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소신형' 학부모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농산어촌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육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지역 주민과 연계한 교육·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작은 학교들의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