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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박근혜의 '아버지 전상서'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아버지, 이 노래 기억하세요? 아버지께서 직접 작사·작곡하신 '새마을 노래'잖아요. 1970년대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모두가 빗자루를 들고 나와 거리를 쓸었죠. 시멘트로 마을 길을 넓히고 벽돌을 쌓아 헌 집을 수리하기도 했어요.

    아버지와 함께 시찰했던 새마을운동 현장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근면·자조·협동 정신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어요. 아버지의 순수한 열정과 리더십 덕분에 우리는 절대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아버지의 업적을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시멘트 회사의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느니, 일제의 농촌진흥운동을 따라 한 것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저는 용납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제2의 새마을운동'을 일으켰답니다. 그중 하나가 해외 개발도상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었어요. 4년간 1663억 원을 투자했지요.

    하지만 언론들은 수혜국의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이라며 비판만 하더라고요.

    영남대 새마을 ODA에 지원한 42억 원에 대해서는 '측근인 최외출 교수를 위한 예산 아니냐'고 지적하는가 하면, 최순실이 ODA 사업에 관여해 이권을 챙긴 데 대해서도 '공범 아니냐'고 저를 아주 들들 볶습디다.

    제가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면서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새마을 ODA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어요. '박근혜표 대외원조'의 간판 격인 개발협력 4대 구상에 대해서도 재검토한다고 했다네요.

    아버지,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 남은 인생을 걸었는데 정말 면목이 없네요. 아버지라면 어떻게 대처하셨을까요?

    ※위 기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 등을 토대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1970년 4월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외국의 원조를 바라지 말고 우리 힘으로 스스로 일어서자는 취지의 공동체 운동이었다. 하지만 국가가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농촌개발·의식개혁운동이었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학계에서는 새마을운동의 뿌리를 일제의 농촌진흥운동에서 찾고 있다. 일제가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추진했던 황국식민화 정책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유신독재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향수에 젖어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전국 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 새마을 ODA 사업 예산은 눈에 띄게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각 정부 부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 ODA 사업 예산은 249억 원(2013년), 362억 원(2014년), 522억 원(2015년), 530억 원(2016년)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4년간 1663억 원이 집행됐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의 새마을 ODA 총예산인 351억 원의 4배가 넘는 액수다.

    ODA는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해야 함에도, 박근혜 정부의 새마을 ODA는 수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에 의료시설을 지어줬는데 정작 현지 의료진들이 장비를 활용할 줄 몰라 방치되는 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ODA 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이권을 챙기려 한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강행한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의 폐기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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