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고 '차별'이 없어야 할 학교가 이상하다. 학교에서 일하는 수 십여 개의 직종이 '정규직'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절반의 임금, 차별, 반말과 무시 등의 대우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재원 마련과 역차별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 학교 내 다양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CBS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청소 중인 조리원들(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학교 내 다양한 곳에는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직종이 있다.
뜨거운 기름, 가스, 물기로 가득해 온도와 습도가 높은 그곳. 급식실이 대표적이다.
◇평균 온도 40도, 온몸이 땀범벅…차별 온도는?일을 마치자마자 CBS 취재진을 만나러 온 대전 한 초등학교 조리원 A(52·여)씨.
A씨는 "400명이 넘는 아이들의 급식을 3명이 책임지고 있는데 한 분이 다쳤다"며 "두 명이 일하다 보니 늦었다"고 말했다.
급식실에서 A씨는 학생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전처리실·조리실·세척기실 등을 청소하고, 급식 배식을 담당하고 있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던 A씨는 비정규직으로서 가장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이 '월급날'이라고 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조리원 내에도 정규직 조리원(지방 위생직)과 그렇지 않은 조리원(교육공무직)이 있다. 대전에는 정규직 조리원이 60명, 교육공무직 조리원 1288명이 존재한다.
학교 급식실에서 업무 중인 조리원(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A씨는 "정규직 조리원과 비정규직 조리원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한다. 누가 정규직인지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라면서도 "월급의 차이를 느낄 때면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에게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에 대해서 성별·연령·신분 등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은 '딴 세상 이야기'에 불과한 셈이다.
또 A씨는 "어떨 때는 학교 사람들이 나를 정말 같은 동료로 보고 있을까란 생각을 한다"며 "우리가 없다면 학교가 제대로 못 돌아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의 비중은 크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도 많아 자존심 상할 때도 잦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규직 조리원과 비정규직 조리원의 임금은 일하면 일할수록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지난해 교원 외 직종의 급여 154만 6950원을 12개월로 변환해 임금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1년 차 조리직 공무원의 임금은 216만 원, 조리원은 153만 원을 받는다. 1년 차 비정규직 조리원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 대비 70.8%의 비율을 보였다.
10년 차에 들어서면 차이는 더 벌어져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10년 차 조리직 공무원의 임금은 360만 원, 조리원은 178만 원으로 49.5%의 수준인 것이다.
20년 차엔 40.7%, 30년 차엔 33.7%의 수준으로 격차는 더 심해졌다.
학비노조 대전지부 김홍숙 조직국장은 "교사와 교육공무직을 직접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조리원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비교하면 33% 수준의 임금에 그치고 있다. 상식의 차이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교육청에서는 정규직 조리원 채용도 없다"며 "단지 교육청 소속 비정규직은 1년 근무할 시 그 직종이 상시적 지속적 업무 직종이면 바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 교육청 관계자 역시 "최근에는 지방 위생원(정규직)을 뽑지 않고 있다"며 "모두 교육공무직인 무기계약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조리원과 같은 업무를 하는 지방 위생원도 있지만, 영양사의 업무를 대행하는 지방 위생원도 존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