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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국이 지뢰밭'.. 의심신고 대부분 전북 '밀집사육 탓'

경제정책

    AI '전국이 지뢰밭'.. 의심신고 대부분 전북 '밀집사육 탓'

    농식품부 대책마련에 전전긍긍, AI 백신접종 전면 도입 가능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소규모 일반 농가를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번 AI는 전북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전북지역이 AI의 발원지이자 온상이 되다시피 했다. 이는 전북지역이 우리나라에서 닭과 오리를 키우는 농장이 가장 많은 곳으로 AI 바이러스 오염원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충남과 경북, 경남, 전남지역도 AI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없는 지뢰밭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의 AI 대책은 살처분과 이동제한 등 차단 방역 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대책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변종 AI가 포착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근원적인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에, 방역당국은 대통령 의중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 전북, 가금류 사육시설 밀집도 전국 최고.....AI 바이러스 지뢰밭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는 같은 달 10일 전북 익산시 만경강에서 포획한 흰뺨청둥오리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후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 농가와 충북 음성의 육용오리 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하며 시작됐다.

    지난 3일 발생한 이번 AI도 제주 농가에서 처음 신고가 들어왔지만, 진원지는 전북 군산의 오골계 농장이었다.

    또한, 8일 현재 고병원성으로 확진된 전국 10개 농가 가운데 5개 농가가 전북에 위치해 있고, 지난 6일 이후 8일까지 의심신고 한 12개 농가 중에도 11개가 전북지역 농가다.

    지난 2014년 이후 AI 발원지는 전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전북지역에서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과 배경에는 촘촘하게 붙어있는 사육시설에서 찾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산란계와 육계, 오리 사육농장은 모두 2677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 9만9720㎢를 감안하면 37.3㎢당 가금류 농장이 1개씩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전북지역은 8067㎢ 면적에 등록된 가금류 농장만 무려 558개로 14.5㎢당 농장 1개씩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AI 주 발생지인 충남지역은 8214㎢ 면적에 가금류 농장이 369개로 22.2㎢당 농장이 1개가 있다.

    전남지역은 28㎢당, 경기지역은 29.7㎢당 농장 1개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들 4개 지역은 전국 평균과 비교해 가금류 농장의 밀집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재래시장 가금류 판매시설과, 가든형 식당, 통계에 잡히지 않는 10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까지 포함하면 면적 대비 AI 바이러스 오염원은 더욱 촘촘하게 붙어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공중에서 살포한 지뢰밭처럼 AI 바이러스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피해 갈 공간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AI 근본대책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AI 대책은 발생 자체를 예방하기 보다는 발생하면 살처분하거나 이동통제하고 차단방역을 실시하는 사후대책에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I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농식품부는 대통령 의중 파악에 나서는 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지난 3월에 마련한 개선대책을 바탕으로 AI 백신접종과 방역인력 확대 방안 등을 재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전문가들 사이에 집중 논의됐던 AI 대책은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촘촘하게 밀집해 있는 사육시설을 일본처럼 외딴 곳으로 분산시키는 사육환경 개선 방안이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발표한 가축전염병 개선대책을 통해, 무허가 축사를 강제 철거하고 철새 도래지 주변 농장은 단계적으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축산업 신규허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정치권이 반대하면서 추진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지역 유권자인 농장주들의 집단 반발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여기에, 사육환경 개선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과 이전 대상지 주민들의 민원 제기 등 실행 과정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박사는 “우선 당장 이전할 장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동네에 축사가 들어온다고 하면 좋아할 주민들이 어디에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 박사는 그러나 “궁극적으로 전염병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밀집돼 있는 사육환경을 분산시키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닭과 오리에 AI 백신접종 해야 하나?

    또 다른 방안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해서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생산되는 닭과 오리가 10억 마리가 넘고, 백신 접종비용이 1마리 당 500원 정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도 부담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AI는 바이러스 유형이 144개로 이에 맞는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며 “더구나 AI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할 경우 계속해서 바이러스 변종이 진행돼 자칫하면 사람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백신 접종에 대해 위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실적인 방안으로 지금의 차단 방역을 보다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현행 축산 관련법은 농장에 울타리를 치고 소독시설과 전실을 설치해 사람과 차량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설치비도 많이 들어가고 불편하기 때문에 농장주들이 차단방역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인배 박사는 “평소에 농장들을 방문해 보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우선 당장 지방의 방역 관리 인력을 늘리고, 농식품부에 별도로 수의방역국을 설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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