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살아있는 닭과 오리, 오골계, 병아리 등을 팔던 노점 상인 32명의 자리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고무성 기자)
"원래 32명 자린데 아무도 안 나왔잖아요. 앞으로 대책을 세워야지 계속 살아있는 닭을 못 팔게 하면 시장 다 죽어요."
지난 9일 오전 가금류 최대 거래시장인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이날 모란시장에는 5일장이 열렸지만, 평소 북적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상인들이 손님들 보다 많은 상황.
살아있는 닭, 오리, 오골계, 병아리 등을 팔던 노점 상인 32명은 모두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닭장들로 가득했던 자리는 텅 빈 공터로 변해 차량들이 주차돼 있을 뿐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통 재래시장을 매개로 일반 소규모 사육농가로 전파되면서 지난 5일부터 살아있는 닭의 유통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염소와 토끼를 팔러 나온 노인들만이 그 옆에서 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7년째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박모(74) 할아버지는 "AI 때문에 5개월 간 장사를 못했다가 풀려서 한 달 전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또 이렇게 됐다"면서 "산닭 아니면 장사를 할 수가 없어 앞으로 살기가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40년째인 장모(72) 할머니도 "산닭들로 밥값이라도 벌었는데 이제 안 된다고 해서 토끼라도 팔러 나왔다"면서 "우리 같은 사람들한텐 정부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사진=고무성 기자)
상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도살 처리된 오리들이라도 내놨지만, 찾는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주로 팔던 산닭들을 치우면서 상점은 텅텅 비어 있었다. 매출도 90%나 줄었다.
가금류 최대 판매 시장에서 산닭 판매 상점들의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자 활기를 띠던 다른 상점들도 타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20년째 상점을 운영 중인 김모(40) 씨는 "장날이면 사람들이 어마어마했는데 이제 닭 사러 온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면서 "정부가 AI 발생 농가에는 보상을 해주지만, 우리한텐 보상도 없이 다 치우라고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AI를 예방하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12일부터 2주간 전국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행위도 금지했다. 전국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 이어 그 대상을 확대한 조치다.
대신 소규모 도계장 설치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상인들의 힘든 상황을 저희도 알고 있지만 AI 확산을 방지하려면 산닭의 거래 금지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산닭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나갈건지 여러가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란시장 일부 상점은 도계장만 설치해준다면 산닭의 유통 금지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적극 반대했다. 상점들처럼 전기시설이 없어 냉장고를 놓을 수도 없고 장마다 돌아다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