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서 화상을 입은 조리원의 다리(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6월 초 대전 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식조리원으로 일하던 노동자가 국통에 담가두었던 국자 고리에 옷이 걸려 펄펄 끓던 국이 발에 그대로 쏟아졌다.
당시 조리원 3명 중 한 명이 병가를 쓰게 돼 대체 인력을 구했고, 서툰 손놀림에 급식시간을 맞추려다 화상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인근 중학교에서도 2명의 조리원과 대체 인력이 함께 일을 하다 화상 사고가 났다.
급식 조리원에게 이 같은 사고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근로자건강센터가 실시한 '16년 학교 급식실 건강권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일하다가 사고나 재해를 당한 적이 있느냐"는 설문에 응답자 100명 중 39명이 다친 적이 있고, 24명이 다칠뻔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재해별로 보면 부딪힘, 화상, 삐끗함, 넘어짐 등의 순서로 나타났고 설비에 부딪히거나 조리 중 화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면 대부분 '개인 부담'으로 비용을 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CBS노컷뉴스가 만난 초등학교 조리원 A씨는 얼굴에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자 학교 측으로부터 "실비 보험 들으셨죠?"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조리원의 손(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제공)
이밖에도 수백 명 분의 음식을 옮기는 등 무거운 것을 들며 생긴 허리, 손목, 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는 학교급식노동자가 91.9%에 달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의 근골격계 통증 호소비율은 철도정비원(86.8%)이나 중공업 노동자(76.6%)보다 높았고, 지금까지 통증 호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속기사(91.6%)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화상, 넘어짐 등과 달리 근골격계 질환은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리원 B씨는 "10년 넘게 일하다 보니 오른쪽 힘줄 80%가 끊어졌다. 잦은 업무로 생기는 근골격계 파열인데 학교에선 퇴행성이라고 말한다"라며 "학교에선 산재라고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인정을 안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재가 발생하면, 안전보건공단에서 학교를 방문해 환경을 조사한다. 교육청 역시 산재가 발생한 학교에 대해 위험성 평가 등 상시로 체크 를 하도록 돼있다.
학교 측에겐 '산재'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달갑지 않은 일이 생기는 셈이다.
산업 재해 진단 및 예방 교육 역시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각급 기관(학교)은 사무직 외의 교육공무직원에게는 매월 2시간 이상 산업 안전 보건교육을 해야 한다.
또 교육청은 학교급식 종사자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교육청은 여건이 되는 범위 내에서 조합원에게 효율적인 작업환경이 제공되도록 노력하며, 직업병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내와 교육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학비노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급식실 관련해 철저하게 이뤄지는 건 위생검열뿐"이라며 "산재 매뉴얼 상 구성원 교육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져 사인만 하는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학교 내 급식실은 사실 가장 위험한 곳"이라며 "게다가 학교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신고와 대응을 하기보단 쉬쉬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도 상하반기마다 점검을 나가 실제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일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요즘은 조리원들이 개인 실손 보험으로 처리한다고 하면 오히려 학교에서 산재 처리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