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에미코 씨가 SBS스페셜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SBS 제공)
#1. 이나가키 에미코(52) 씨는 지난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회사인 아사히신문사를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사회부 데스크로 자신의 칼럼까지 쓰던 중견 기자는 왜 30년 가까이 잘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그만둔 것일까. 이나가키 씨가 퇴사를 결심한 것은 10여 년 전이다. 그는 승진에서 밀려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뒤 심각한 자괴감에 빠졌다. 자신의 가치가 승진과 월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에 이르자, 회사라는 존재가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괴물로까지 느껴졌다.
이런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퇴사였다. 그러나 당장 사표를 던지지는 않았다. 대신, 회사와 거리를 두고 10년 동안 차근차근 퇴사를 준비했다. 승진을 위해 회사의 평가에만 연연하며 눈치를 보는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승진이 좀 늦어져도, 월급이 동료들보다 많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나가키 씨는 자신의 삶을 천천히 바꿔 나갔다. 이렇게 퇴사를 결심한 순간부터 오히려 회사 일이 더욱 재미있어졌다고 이나가끼 씨는 전한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그는 지금 성공적으로 회사원의 삶을 졸업하고, 또 다른 꿈을 찾아가고 있다.
#2. 김상기 씨는 한 게임개발업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쌍둥이 아빠다. 그는 최근 매우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속한 IT업계의 평균 퇴직 연령이 48.2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흔을 앞둔 그는 '이제 곧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 이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과감하게 미리 퇴사를 준비해 보기로 했다. 스스로 회사를 떠날 시기를 정한 뒤 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3. 정병수 씨는 13년 차 엔지니어다. 그는 과거 극심한 야근과 출장으로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된 순간 과감히 퇴사했다. 그러자,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일하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10여 개월의 퇴사생활 뒤 가족을 위해 양평에 전원주택을 지은 그는, 은행 대출을 갚기 위해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회사생활을 하는 그의 태도는 퇴사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더 이상 승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존재로 회사와 자신의 관계를 재정비하자, 행복한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회사는 착취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일까. 그 안에서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이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단지 회사원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11일(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 편에서는 회사와 일, 그리고 '나'는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을 짚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