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당 지도부 등 선대위원들이 개표방송을 보며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황진환기자
유승민 의원의 대선 패배 이후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바른정당이 오는 6‧26 전당대회를 계기로 세대교체를 모색하고 있다.
'젊은 당' 이미지 구축에 방점을 찍고, 비교적 어리고 선수(選數)도 낮은 의원들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뉴 페이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김영우(50), 이혜훈(53) 의원(이상 3선), 하태경(49‧재선), 정운천(63‧초선) 의원, 정미경(52‧재선) 전 의원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내대표인 주호영(57‧4선) 의원보다 젊거나 선수가 낮다는 점이다.
거론된 인물 중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당내 서열 1~2위의 나이 혹은 선수가 역전된다. 가뜩이나 3~4선 의원들이 많아 조로 증상이 지적되는 흐름을 바꿔보려는 의지가 실려 있다.
경선 출마로 가닥을 잡은 후보자들은 "혁신과 쇄신으로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영우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은 개혁 정당으로서의 선명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 통합"이라며 "통합과 화합을 잘 이뤄가면서도 야당으로서의 새 위상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이 당내 통합을 강조한 이유는 현재 20석인 바른정당의 의석수가 한 석이라도 빠지면 원내 교섭 단체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는 "유승민 선배하고도 아주 가깝고, 김무성 대표하고도 (사이가) 좋다"며 본인이 바른정당 내의 유승민계와 김무성계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인물임을 시사했다. '포용'과 '외유내강'을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1인 2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바른정당 내에서 김 의원은 이같은 '통합 적격' 인물임을 내세워 양쪽 계파에서 1표씩을 받는 전략을 짜고 있다.
반면 이혜훈 의원은 '자강론'을 앞세우고 있다. 경쟁자인 김영우 의원이 한때 김무성계였고, 이들 대다수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요구하며 탈당한 사실을 상기시켜 대립구도를 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바른정당이 보수의 적통이 될 수 있도록 우리의 힘을 길러서 신뢰를 얻고 지지율을 얻는 데 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생긴 지 100일여만에 대선을 치르느라 당 내부를 단단히 할 여유가 없었다"며 "당 내부가 단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똘똘 뭉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일해본 경험을 들어, 홍 전 지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자신이 그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 전 지사가) 당 대표를 할 때 당직에 있으면서 매일 회의를 같이 했고, 그분의 정치 방식을 가장 많이 겪어 본 사람"이라며 "홍 전 지사와 같은 분은 오히려 저처럼 전투력이 있는 사람이 대응하기가 더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과의 차별성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유연하지만 강단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그런 일을 잘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 정미경 전 의원의 경우 당내 서열 2~4위까지 입성하는 최고위원직 자리를 놓고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청년위원장 후보로는 이준석(원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거론된다. 정운천 의원의 경우 당의 약세 지역인 호남(전북 전주) 출신이라는 점이 장점이다.
바른정당이 이처럼 참신성을 유독 강조하는 배경에는 자유한국당에 비해 월등히 높은 청년 지지율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포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19세~29세 청년층의 정당 지지율은 바른정당이 전체 정당 중 2위인 10%, 단 2%를 기록한 자유한국당의 5배를 기록했다.
비록 의석수 기준으로 제4당의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곤 있지만, 젊은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미래의 보수' 이미지로 한국당과 차별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인물보다 더 파격적인 인물이 새 지도자로 적합하다는 당내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세연(45) 의원이나 남경필(52) 경기지사 같은 경우가 그런 사례다. 김 의원은 3선임에도 당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다. 남 지사의 경우 진보진영과의 연정, 협치 등을 거침없이 요구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12~13일 이틀에 걸쳐 후보자를 접수받고, 오는 26일 전당원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최종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