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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실업대란, 국가재난 수준 우려" 추경 호소

대통령실

    文 "실업대란, 국가재난 수준 우려" 추경 호소

    "증세·국채발행 없이 편성 가능…손 놓으면 정부·정치의 직무유기"

    문재인 대통령 (사진=국회방송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4일째인 1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실업자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고용 절벽 상황'과 연일 악화되고 있는 소득분배 상황을 거론하며 '긴급처방'을 위한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추경 예산은 일시적인 조치임을 분명히 하면서,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공공부문의 노력으로 마중물을 만든 뒤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시정연설이라고 들었다"며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주시고 그보다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더 주목해주시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청와대 제공)

     

    ◇ "실업자수 역대 최고치…고용절벽, 소득분배 악화 심각"

    문 대통령은 우선 현재 우리 경제상황을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를 목전에 둔 시급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그는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청년 실업은 고용절벽이란 말이 사용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며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 세대의 주 취업 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 소득이 5분기 연속 줄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외환위기 때 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한다.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고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다. 민주주의의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며 "시민들이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게 거리로 나서게 된 근본 이유"라고 진단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경제는 적절한 시기 놓치지 않아야…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을 수도"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딱 하나, 좋은 일자리를 늘린 것"이라고 처방했다. 다만 '적기'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문 대통령은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며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다행히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청와대 제공)

     

    ◇ 추경예산안 일일이 설명도…"청년·여성·어르신 예산"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추경 예산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낭비 없이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우선 "(추경예산안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뒀다.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이라며 "정부가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안전․복지․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했던 현장 중심의 인력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추경 예산은 법정인원에 비해 턱없이 수가 부족한 소방관과 살인적인 업무량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복지공무원 증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근로감독관과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지방 공무원 1만 2천명 충원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추경이 통과되면 보육교사와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 4천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채용하면 추가 고용한 1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 신설 ▲중소기업 취직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내일채움공제' 적립금 대상인원 확대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구직활동을 하는 3개월 간 월 30만원씩 우선 지원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 ▲역세권에 청년 다가구 임대주택 2700호 공급 등에 추경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출산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 최대 두 배 인상 ▲지원규모 두 배 인상을 통한 국공립 어린이집 360개 신설 국공립 어린이집 ▲어린이집 보조교사‧대체교사 5천명 충원 ▲경력단절여성 지원기관인 '새일센터'에 창업매니저‧취업설계사 신규 배치 등에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아울러 ▲노인 공공일자리 3만개 확대 ▲일자리수당 월27만원으로 인상(현 월22만원) ▲전국 치매안심센터 252개로 확대(현 47개) 등에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도 설명했다.

    또 예산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 개선 ▲기초생활보장제 수혜자 4만 1천 가구로 확대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 개선 등에 편성했다는 점도 밝혔다.

    ◇ "추경은 긴급처방…'국민에게 필요한 일하는 정부'될 것"

    문 대통령은 다만 이번 추경 편성이 '긴급처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국회가 이번에 추경안 통과에 협조해주면 정부가 이를 마중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이라며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며 "일자리 대책을 이번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원님들께서 협력해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이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회는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국회가 먼저 시작했다"고 국회를 치켜세운 뒤 "저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준비해온 연설문을 낭독했던 기존 관행과 달리 '프레젠테이션 화면자료'까지 동원하며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야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등을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대승적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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