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객들이 미선·효순 양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황영찬 기자)
주한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 양의 15주기 추모행사가 경기 양주시의 사고현장에서 열렸다.
미선효순추모비건립위원회는 13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사고현장에서 15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고 신효순·심미선 '15주기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와 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가 14년 만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추모제는 효순, 미선 양이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던 마을 어귀부터 사고 현장까지 200m를 행진하며 시작됐다.
두 소녀의 영정을 앞세운 행렬은 '진상규명', '너희 꿈 이룰게', '소파(SOFA) 전면 개정' 등의 깃발을 내걸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사고현장 인근의 추모 평화공원 조성이 예정된 부지에 솟대를 세우고 효순·미선 양이 사고 당시 입었던 색깔과 똑같은 분홍, 파랑색의 리본을 매달았다.
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가운데) 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왼쪽) (사진=황영찬 기자)
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도 굳은 표정으로 단단히 리본을 맸다.
신 씨는 CBS 취재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효순아, 미선아 많은 분들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많이 기억해주신다"며 "비록 너희들은 갔지만, 너희들을 대신해 소파협정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하늘에 있는 딸에게 전했다.
미선 양의 아버지 심 씨도 추모객들에게 "오늘을 계기로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협정이 개정되는 밑거름이 돼 떳떳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됐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두 아버지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추모객에 진상규명 활동의 경과를 보고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정호 변호사는 "당시 수사기록과 진술을 검토해보면 미군의 중대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핵심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미군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에 나서는 등 진상규명 활동에 다시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문규현 상임위원도 "진상규명과 추모 공원 완공, 한미주둔군협정 개정, 평등한 한미관계 수립이라는 과제 해결을 바라는 온 국민의 바람을 받들겠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추모제는 앞으로 조성될 추모 평화공원의 조감도를 공개하며 마무리됐다.
오후 5시부터는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추모 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