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합동 단속을 피해 서울 강남 개포주공4단지 상가내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휴업에 들어갔다. 10여곳의 중개업소가 몰려있지만 불이 켜진 곳은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정영철 기자)
정부가 집값이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족집게' 단속에 나서면서 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서울, 세종, 부산 등 단속 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이 핵심 타깃이다.
14일 취재진이 둘러본 강남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일단 소나기는 피해보자'며 집단 휴업에 들어가 문을 연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개포주공 4, 5단지 주변 중개업소들은 이날부터 동시에 휴업에 들어갔다. 5단지 상가 인근의 식당 주인은 "언론에서 나오고 여기가 집중 단속 대상이라고 하니 문을 닫은 모양"이라며 "괜히 문 열었다가 세무조사라고 받게 될까봐 그런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거래가 신고 위반, 분양권 불법 전매, 청약 통장 불법 거래 등이 이번 단속의 대상이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여행을 간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기도 했다.
개포주공 4단지 상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 10여곳이 밀집해 있지만, 불이 켜진 곳은 한곳도 없었다. 상가내 세탁소 사장은 "단속때문에 그런거 같다. 주말에 열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했다.
휴업 중에 잠깐 사무실에 들른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작년에도 단속 나와 한 2주정도 문을 닫았다"며 "단속이 잠잠해질때까지 기디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 안내문을 붙여 놓고 문 닫은 서울 강남 개포주공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정영철 기자)
주인도 손님도 없는 중개업소에는 이따금씩 취재진들이 눈에 띌 뿐이었다.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한 반도 주공 1단지, 가락시영 등 다른 강남 재건축 시장도 일제히 단속을 피해 휴업 상태다.
정부가 투기 근절을 위해 조만간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다.
정부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는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고,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LTV·DTI가 모두 40%까지 강화된다. 현재 LTV 70%, DTI 60%가 적용되고 있다.
당장 사겠다는 사람도 팔겠다는 사람도 없지만, 그렇다고 실제 집값이 떨어질지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개포4단지에서 만난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정부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까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되려면 1억원은 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락시영아파트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시중에 갈 돈이 없어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몰리는 건데 특정 지역을 옥죄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일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곡동에 있는 중개업소 사장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도 올리고 강남 등은 투기과열지구도 지정하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어설픈 대책으로는 집값은 잡기는 커녕 집값이 더 오를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