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6·15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17주년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단절됐고 한반도는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과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통일부 장관에 지명됐다. 조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일성은 왜 개성공단 재개였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후보자로서의 일성이 개성공단 재개였나?= 그렇다. 조 후보자는 장관 지명 발표 직후인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또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필요하다면 남북관계를 푸는 데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사진=자료사진)
▶ 개성공단을 곧바로 재개한다는 거냐?= 그건 아니다. 조 후보자의 발언은 '개성공단은 재개 돼야 한다'는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발언이다. 당위를 언급한 것이지 당장 재개를 준비하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14일 "개성공단은 재개돼야 한다"는 전날 발언이 "정부가 그동안 밝혀온 입장에서 바뀐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조 후보자는 "북한 핵문제라든가 개성공단 재개에 필요한 것들을 면밀히 파악해 재개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겠다"고 설명한 것이다.
▶ 그래도 후보로 지명된 직후 일성이 '개성공단 재개'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 후보자가 일성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한 첫 번째 이유는 기자들의 질문이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에게 왜 지명받자마자 일성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언급했느냐?고 물었더니 "질문이 (개성공단 재개를 묻는) 앞서 나왔고 다른 현안까지 말 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13일에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정부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북핵문제가 해결되는데 따라 풀어나간다는 입장과 같다"고 강조를 했다.
두 번째는 조 후보자의 경력이 개성공단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과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정책조정부장,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등을 거치면서 개성공단과 철도ㆍ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 등 3대 남북 경제협력 핵심 사업 실무를 맡았다. 특히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 때는 개성공단 출범 기반을 다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청와대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남북회담 및 대북전략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문제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책기획부터 교류, 협상까지 풍부한 실전 경험을 가진 정책통"이라고 소개했다.
조 후보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단독 회담에 배석할 정도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세 번째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 폐쇄 1주년인 지난 2월 "정권교체를 이루면 당초 계획대로 개성공단을 2단계 250만평을 넘어 3단계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이라면서 "남북경제협력의 성공모델이며 중소기업의 활로이자 한계에 이른 우리 경제의 숨통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무엇보다 남북관계의 결정적 파국을 막아주는 우리 안보의 마지막 안전판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애국자들이었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에 대해 북한에 퍼주기라고 오도했지만 실제로는 북한보다는 우리가 얻은 게 훨씬 많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개성공단 사업을 평가한 결과 남한에는 32억 6천만 달러의 내수 진작 효과를, 북한에는 3억 8천만 달러의 외화 수입을 가져다준 것으로 분석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제로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았다"며 "우리가 북한의 5만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지만 우리 업체 200여개에 협력업체만 5천 여개였으니 이를 통해 우리가 얻는 이익이 수백 배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일성이 '개성공단 재개'가 된 것으로 분석 된다.
▶ 개성공단을 우리가 재개한다고 하면 바로 재개 되는 건가?= 그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대북 경협을 이른바 '퍼주기'로 규정하면서 남한에서 북한에 베푸는 시혜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한 게 아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도 "우리 국민들이 오해 하는 게 개성공단을 우리가 하겠다면 다 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면서 "남과 북 서로의 입장과 조건이 있다. 그걸 조율하는 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북한이 거부한다면 개성공단 재개는 난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지난해 2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경기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사진=박종민 기자)
북한의 조치는 1. 2016년 2월 11일 10시부터 개성공업지구와 린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륙로를 차단하며 개성공업지구를 페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
2.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있는 모든 남측 인원들을 2016년 2월 11일 17시까지 전원 추방한다.
3. 개성공업지구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물자,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들을 전면동결한다.
추방되는 인원들은 사품외에 다른 물건들은 일체 가지고 나갈수 없으며 동결된 설비,물자,제품들은 개성시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것이다.
4. 남측 인원추방과 동시에 북남사이의 군통신과 판문점련락통로를 페쇄한다.
5. 2016년 2월 11일 우리 근로자들은 개성공업지구에서 전부 철수한다.
개성공단 지역에는 북한 6사단, 64사단, 2군단 포병연대 등이 주둔해 있었으나, 공단 조성과 함께 5~15㎞ 정도 후진 배치된 상태였지만 개성공단 폐쇄를 계기로 다시 전진 배치됐다.
북한 조평통은 남북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부터 시급히 취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입장임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 우리 정부도 쉽게 개성공단 재개를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 개성공단은 뜨거운 감자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개성공단 재개는 당장은 아닐것"이라면서 "여러가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고 당장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한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나 미사일 발사 문제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는 대화재개에 쉽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도 "바로 재개한다고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의장)은 "개성공단을 폐쇄할 적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있지 않았는데, 그 후에 핵실험도 있었고 제재조치가 강화됐기 때문에 풀어내는 데에는 국제적인 협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6·15 남북 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합의의 이행을 다짐하고, 전제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시작해 그동안 중단했던 교류·협력사업을 하나씩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되고, 서기실이나 39호실로 들어간 돈은 핵이나 미사일에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언했던 게 근거가 없는 거짓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긍정여론이 부정여론보다는 높게 나온다. 따라서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개성공단 재개는 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