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이끌 초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안경환 후보자가 '몰래 혼인신고' 등 과거 흠결로 자격 논란에 휩싸이자 16일 자진사퇴했다.
대통령의 공약이자 시대적 과제로도 기대를 모은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그가 담보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고개를 들자 부담과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는 이날 오후 법무부를 통해 기자들에게 "저는 문재인정부의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며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후보직 사퇴의 변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신호탄은 인적 쇄신이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은 면직됐다.
'우병우 라인'은 노골적 찍어내기로 옷을 벗게 했다. 반대로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발탁은 파격으로 평가됐다.
조국 민정수석에 이어 안 후보자 내정은 비검찰 출신을 투톱으로 내세운 검찰개혁 드라이브의 상징이 됐다. 공석인 검찰총장 인선 작업도 속도를 내던 상황이었다.
인적 쇄신을 발판 삼아 제도 개혁 수순에 돌입할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코드를 맞췄던 인사가 검증의 문턱을 넘을지부터 걱정해야 하는 국면으로 반전됐다.
안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와 함께 아들의 퇴학처분 무마 의혹, 저서의 왜곡된 여성관 논란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가 결국 '1호 낙마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안 후보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청문회 전에 사퇴하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쳤지만, 사퇴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개인의 허물과 국민적 여망를 구분하려 했지만, 정치권은 그의 자진사퇴와 지명철회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돼지발정제'는 조족지혈"이라는 논평이 야당에서 나왔다.
특히 도장 위조 혼인신고는 40여 년 전 일이더라도 범법 행위라는 점에서 장관직 수행에 대한 부격적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청와대가 이후 혼인무효 문제는 지명발표 전까지 몰랐다고 밝혔지만, "며칠 전 물어봤다"는 안 후보자의 해명을 두고는 인사검증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부실 검증 책임론이 조국 수석에게 옮겨붙었고, 안 후보자의 진퇴 결정은 개혁의 정당성과 추동력 가운데 어느 하나는 잃어야 하는 문재인 정부의 덫이 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