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野) 3당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단행한 데 크게 반발하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등의 논의를 보이콧할 수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수습책을 고심했지만, 19일 의원총회로 결정을 미루는 등 결행에 나서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다.
위축된 태도는 한국당에서 먼저 관찰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긴급회의 주재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강 장관에 대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강행’ 임명됐고,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를 불러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을 최근 인사 관련 ‘잡음’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을 국회에 부를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우병우 전 수석이 출석을 거부하는 등 민정수석이 국회에 온 전례가 없어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신 국회 운영위원장 직을 고수하겠다는 또 다른 ‘투쟁’ 방식을 암시했다. 관행에 따르면 운영위는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 왔으나, 자신은 ‘2년 임기’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 같은 방침은 정 원내대표 입장에서 나름 강수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제1야당으로서 별다른 대여(對與) 투쟁 수단이 없음을 고백한 것과 같다. 강경한 투쟁을 위해선 당장 19일 예정된 몇몇 상임위 일정을 무시할 수 있고 남은 청문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의총에서 논의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했다.
한국당이 미온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각종 국회 현안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고 있는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 상임위에서 국민의당이 편을 드는 쪽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보이콧 자체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추경안 역시 한국당이 아무리 ‘불가’ 방침을 고수해도 국민의당이 ‘연계 불가’ 방침으로 맞서면 사실상 민주당의 바람대로 안건이 통과되게끔 돼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강 장관 임명 뒤 긴급 대책을 발표한 한국당, 바른정당 등과 달리 별도의 회의를 열지 않았다.
다만 국회 운영위 소집에는 지도부 차원에서 ‘동의’ 입장을 피력했다. 정 원내대표가 다른 투쟁 수단을 밝히기에 앞서 운영위 소집부터 강조한 배경이다.
국민의당이 강경한 기조를 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텃밭인 호남에서 정부‧여당 쪽으로 크게 기운 민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 장관의 임명을 단행하기에 앞서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한 것도 자신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외에, 호남 여론에 대한 자신감이 갈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원내 20석으로 교섭단체 중 존재감이 가장 미약한 바른정당은 다른 두 당보다 상황이 더욱 안 좋다. 한국당 편에 설 경우 ‘보수 개혁’ 등 차별화 수단이 희석되고, 국민의당과 비슷한 기조를 택하면 ‘보수 정당’이란 존재 기반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