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은 지난달 26일부터 총 20회차인 세 번째 솔로 콘서트 '유리병 편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보통 5분 정도 늦게 시작되는 관행은 없었다. 15일 오후 8시를 갓 넘기자, 코엑스 아티움 5층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2015년 1월 첫 미니앨범 '베이스'(BASE)로 솔로 데뷔에 성공한 종현의 세 번째 콘서트 '유리병 편지'의 막이 열렸다.
◇ 종현, 다시 소극장으로 돌아온 이유
지난 4월 발매한 두 번째 소품집 '이야기 Op.2'의 타이틀곡 '론리'(Lonely)의 인스트루멘탈이 흐르는 가운데 화면에는 긴 유리병이 떠 다녔다. 바닷가를 걷던 종현이 유리병을 발견하면서 끝나는 영상.
서정적이었던 영상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곡으로 종현은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첫 정규 앨범 '좋아'(She is)의 타이틀곡 '좋아'로 포문을 연 그는 '화이트 티셔츠'(White T-shirts), 미니 1집 더블 타이틀곡 '크레이지'(Crzay), 첫 번째 소품집 수록곡, '라이크 유'(Like You)까지 네 곡을 연달아 불렀다.
한 곡이 끝나고 다른 곡이 시작될 때의 짧은 틈만이 존재했지만, 빠른 비트의 리드미컬한 노래를 소화하면서도 그는 한 번의 헐떡임도 노출하지 않았다. 샤이니 정규 3집 타이틀곡 '드림 걸'에서 미리 선보인 바 있는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화려한 무대매너도 인상적이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중간 영상이 지나고 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던 종현은 '수트 업'(Suit Up)과 '우주가 있어'로 몽환적이고 농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은 여성 댄서들과 함께였는데, 그들의 동작이 크고 눈에 띄는 편이어서 집중력을 흩트리는 단점이 있었다.
6곡이 끝나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화 시간이 찾아왔다. 종현이 마이크를 쥐자마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난히 발광력이 좋은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에 맞는 응원법과 구호를 외치던 관객석이 금세 조용해졌다.
종현은 "평일이고 목요일인데 일상에 지치셨는데도 불구하고 이 공연장까지 와 주신 여러분들 고맙다"며 "아지트에서는 2번째 공연인데 다시 돌아온 이유는 이 공연장에서의 어떤 생동감, 소통할 때 느껴지는 온도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출발한 '유리병 편지'는 총 20회로 구성돼 있다. 이날 공연은 14회차였다.
종현은 "회수가 많은 만큼, 저도 하면서 늘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페이스 분배를 하는 것도 그렇고, 계산을 철저하게 해서 진행하고 있으니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 큰 환호를 받았다.
◇ 1155, ON AIR, 관객 인터뷰… '라디오 DJ' 종현의 귀환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리병 편지'는 싱어송라이터 종현과 라디오 DJ 종현이라는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인사말에서 관객들의 참여를 부탁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그는 설명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관객과 직접 인터뷰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무대 세트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편히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를 마련했고, 탁자 위에는 빨간 불이 켜져 '생방송'을 뜻하는 '온 에어' 모형이 놓여져 있었다. 중간 영상에는 '1155'라는 의문의 숫자가 등장하는데, 이 또한 숨겨진 의미가 있었다. 바로 종현이 라디오를 진행한 일수였다. 그는 지난 4월, 3년 넘게 진행해 온 MBC FM '푸른밤 종현입니다'의 마이크를 놓았다. 더 이상 국내외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라디오 DJ로서 복귀하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읽은 듯, 그는 매일 두 시간 '하루의 끝'을 함께했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테랑 DJ답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끈 종현의 공도 컸지만, 인터뷰에 응한 팬들의 재치있거나 혹은 감동에 넘치는 대답이 조화를 이뤄 재미를 만들어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선곡도 '관객 맞춤형'이었다. 솔로들에게는 '바퀴'라는 곡을, 취업준비를 위해 가족 곁을 떠나온 팬에게는 '내일쯤'이라는 곡을 선물했다.
'바퀴'는 종현이 새벽녘에 바퀴벌레 한 쌍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당시 쓰던 곡을 내팽개치고 바로 작업한 것으로 거의 '수필'에 가까울 정도로 이입해 쓴 곡이다. '내일쯤'은 살면서 신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 '힘내는 것'도 내일이나 모레쯤 해도 된다는 내용의 곡이다.
종현은 팬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듀엣곡을 나눠 부르면서 '하나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윤하와 같이 부른 '러브 벨트'(Love Belt)와 태연과 같이 부른 '론리'의 여성 파트 때 마이크를 팬들에게 넘겨 훌륭한 듀엣곡을 완성했다. 종현은 "역시 잘하는데요?"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종현은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첫 미니 1집 더블 타이틀곡 '데자-부'(Deja-boo)를 부르며 등장했다. 팬들은 미리 준비한 '이제 널 사랑하는 법을 알아'라는 카드 섹션을 들고 다시 만난 종현을 환영했다.
종현은 "절 사랑하는 법을 아신다니, 자세하게 써 있진 않지만 (웃음) 절 이해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포춘쿠키'와 '시간이 늦었어'까지 총 22곡을 부른 종현의 세 번째 콘서트 '유리병 편지'의 14번째 공연은 끝이 났다. 마지막 공연은 내달 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