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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배우가 된 소녀는 왜 자유에 희롱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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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노 배우가 된 소녀는 왜 자유에 희롱당했나

    [로포리 프로젝트가 남긴 것 ②] 곽정은이 본 소노 시온의 '안티포르노'

    영화 '안티포르노' 스틸컷. (사진=오렌지옐로우하임 제공)

     

    현대 사회의 성권력은 여전히 남성에 치우쳐 있다. 남성들은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성을 향유하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도록 사회화된다. 여성은 이런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 '수치' 혹은 '부끄러움'이라고 교육받으며 자연스럽게 욕구를 억누르는 법을 익힌다. 그렇게 자라난 여성들이 성욕 불감증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차 성징 이후, 남성의 자위는 굉장히 보편적인 경험으로 여겨지지만 여성의 자위는 그렇지 않다. 사회는 성생활이 부진한 남성을 걱정하지만 여성에게도 그런 걱정을 건네지는 않는다. 누구도 여성의 성욕을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별적 침묵 속에 끊임없이 우리 사회 속에서 배제돼왔다.

    특히 남성중심적 성권력이 뿌리 깊은 한국에서 여성이 대상화되지 않고 동등한 인간 개체로 성적 욕구를 표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성이 주체가 된 성해방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성권력의 전복을 꿈꾸는 영화 '안티포르노'(ANTIPORNO)는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이하 '로포리 프로젝트') 중 성적 주체성을 갖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전위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노 시온 감독은 포르노 세계에 뛰어든 소녀 쿄코가 억압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과연 지금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는 진짜 자유인가.

    영화 '안티포르노' 스틸컷. (사진=오렌지옐로우하임 제공)

     

    사랑과 성에 대한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얻은 곽정은 칼럼니스트는 지난 8일 '안티포르노'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남녀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곽 칼럼니스트는 무엇보다 '액자' 안의 쿄코와 '액자' 밖의 쿄코가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액자 속에서는 모든 것이 여자를 통해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밖은 그렇지 않아요. 제작진 중에서도 여자가 없고, 전부 남자죠. 남성이 모든 주체가 돼버리는 거예요. 여성들이 주체성을 갖는 세계란 상상 안에서만 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이 생기는 부분이었어요. 액자를 벗어난 쿄코는 아티스트가 아닌 평범한 고교생입니다. 급격하게 무기력해지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그것이 지금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성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줄 기성세대와의 단절, 연대할 수 있는 또래의 부재, 성에 대한 억압적 태도, 성에 대한 관심조차도 천박한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것이 곽 칼럼니스트가 영화 속에서 본 여성들의 현실이다. 그래서 쿄코가 외치는 '나를 속박하는 불길하고 더러운 자유를 썩은 하수에 흘려보내겠다'는 대사는 따갑게 와닿는다.

    누군가는 과거와 달리 많은 여성들이 유교적 정조관념에서 벗어나 즐거운 성생활을 누리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성해방'은 '순종적이고 순결한 여성'을 대체하는, '성에 개방적이고 솔직한 여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내 여성들을 가뒀다. 지금도 여성은 안전한 피임과 낙태의 불안을 안고 살지만, 남성에게 이 같은 프레임은 더욱 쉽고 편리한 성생활의 도구가 됐다.

    "이 땅의 여자는 자유에 희롱당하고 있다는 거죠. 연약한 여성이 아니면 강인한 여성, 이런 식으로 여성을 유형화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예전보다 여자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고 말하지만 이 자유가 과연 진정한 자유인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기성 세대가 성을 대하는 방식과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여성이 원하는 형태가 아니면 그건 자유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고, 지옥과 같은 폭력입니다. 쿄코가 아티스트로 존재하는 액자 안에서조차 공격을 당할 때, 안전한 세계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안티포르노' 스틸컷. (사진=오렌지옐로우하임 제공)

     

    요즘 곽 칼럼니스트의 문제의식은 이와 맞닿아 있다. 사회가 정의하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인가. 왜 여성은 사회가 규정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에 억압받아야 하나.

    "저도 진정한 자유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어요. 여성으로서의 나를 사회적 시선으로 보면 노처녀라고 해요. 노처녀인 내게 기대되는 어떤 것들을 위해 끊임없이 억제하거나 추가적으로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럴 때 생각해요. 여성으로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성이기 전에 나는 인간인데 왜 그런 삶을 고민하고 있는가. 사회적 필요와 논리에 의해 내 삶을 규정해나가는 것은 아닐까."

    '안티포르노' 속에서는 쉬지 않고 여성의 나체가 등장하지만 그것이 성적 충동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소노 시온 감독은 담백한 카메라 워크를 사용해 그간 여성의 몸을 '소비해 온' 전통적인 포르노 방식에 반기를 든다.

    "이 영화는 에로물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옷을 스스로 벗어 나신이 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기존에 이런 영화에서 볼 법한 에로틱한 카메라 워크는 나오지 않죠. 오히려 우리가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르겠는 애매모호한 감정이 듭니다. 포르노에서는 여성의 몸과 존재를 평등하지 못한 시각으로 바라봐 왔어요. 여성이 순응하든, 반항을 하든 기본적으로 남성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움직이죠.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고 폭력적으로 대하고, 교묘하게 훑으며 거기에 '욕망'이라는 더러운 딱지를 붙이는 것. 그것이 포르노입니다. '안티포르노'는 그런 시선을 벗어나면서 우리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왜곡해 왔는지 알게 합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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