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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美 눈치보기에 문정인 희생양 되나?

    "정상회담 앞두고 오해 시그널이 미국에 가면 안된다"

    청와대가 19일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발언과 관련해 문 특보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 파장을 낳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9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보수진영의 공격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靑, 문 특보에 엄중경고…野 "외교폭탄"에 굴복

    문정인 특보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오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특보께는 별도로 연락을 드렸다. 앞으로 있을 여러가지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엄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문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한 셈이지만, 문제는 그의 발언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청와대의 메시지가 문 특보 보다는 미국이나 보수 야권 등을 향해 있다고 봐야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등은 문 특보 발언을 '외교안보 폭탄'으로 규정하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간의 균열 우려까지 거론되는 것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둔 청와대로서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해할 수 있는 시그널이 미국측에 가면 안 된다"며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 자체가 팩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쪽의 반응이 언론에 나오는데 공식적으로 미 국무부 등을 통해 입장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쨌든 한미간 갈등 요소가 보이는 것은 아니니까 액션을 취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이 혹시나 오해할 만한 사안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메시지 전달이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해외 외신을 너무 신뢰하지는 말아달라"며 "당사자는 우리고, 저희가 판단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데 외신이나 바깥에서 나온 얘기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 특보 발언에 즉각 불쾌감을 보였다"거나 "'한미 군사훈련은 한국을 보호하며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려는 훈련'이라는 국무부 대변인의 당초 논조가 바뀌었다" 등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진영의 공세에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 문 특보는 희생양 이미지로 전락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취지와 목적에도 불구하고 문 특보 개인적으로는 '돌출 발언'의 당사자로 지목된 셈이어서 적절성 논란이 예상된다.

    문 특보가 국가안보실장 물망에도 오를 만큼 문재인 정부 내 위상이 큰 점을 감안하면 공개적 면박 주기 식 조치는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과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1,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특별수행원 등으로 비중있는 역할을 했다.

    미국 조야를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나, 스스로 황급히 회초리를 꺼내든 듯한 태도는 대등한 동맹관계여야 할 한미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수동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특보 발언은) 내용은 문제가 아닌데 화법 등이 자극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내용이야 솔직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해 잘못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에서 코 앞에 다가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특보와) 좀 거리를 두려는 전략을 세운 거 같다"며 "문 특보가 말한 내용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조율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담 전부터 미국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문 특보는 방미 직후 지인들과 만나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만 민주국가이고 우리나라는 절차도 무시한 채 동맹만을 최고의 가치에 둬야하냐. 중국의 경제보복조치로 10조원의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미국에서 이런 논리를 펼 것"이라며 일종의 '배드캅' 역할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특보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상회담에서 서로가 양보하는 모습이 비쳐질 수 있도록 악역을 자처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미 직전 문 특보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나 이런저런 환담을 한 사실이 알려졌고, 사전 역할분담 전략이 예상치 못한 비판에 직면하자 청와대가 문 특보를 희생양 삼아 관리모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문정인 특보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미국에서 중대 발언을 한 것은 시기와 장소에 있어서 부적절했지만 내용은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미국의 대북특사·국방장관을 역임한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작년 '북한 핵 폐기는 늦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면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축소·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무·국방장관도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 체제전복도 않겠다'고 했다. 즉 강한 대북압박·제재와 포용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라며 문 특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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