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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침 뱉은 담뱃물 마셔라" 언어폭력에 무방비한 마사회 청소미화원들



인권/복지

    "가래침 뱉은 담뱃물 마셔라" 언어폭력에 무방비한 마사회 청소미화원들

    미화원 "객장에서 성인동영상 보고, 화장실에서 특정 신체 부위 꺼내는 손님들…"

    글 싣는 순서
    ① "가래침 뱉은 담뱃물 마셔라" 언어폭력에 무방비한 마사회 청소미화원들
    ②'걸레 빠는 곳에서 쌀 씻고, 남성과 같은 샤워실…'다대선 청소미화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한 고용뿐만 아니라, 성희롱과 성추행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돼 우리사회의 '을중의 을'로 꼽힌다. 부산CBS는 두 차례에 걸쳐 지역 여성 청소미화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들춘 기획보도를 준비했다. 첫번째로 남성 손님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한국마사회 청소미화원들의 애환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스크린경마장(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지난 15일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부산의 한 스크린 경마장. 이곳에서 만난 여성 청소미화들은 남성 손님의 폭언이나 무례한 행동에 수모와 굴욕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경주시간에 맞춰 20~30분 간격으로 스크린경마장 내 객장과 화장실, 흡연실 3곳을 한 세트로 하루에 17번가량 청소하는 미화원들을 모두 여성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이 온종일 청소를 하면서 경마장 공간에서 마주하는 손님 대다수는 남성들이다.

    한 미화원은 흡연실에서 물과 가래침, 담배꽁초가 버려진 대형 재떨이를 비우는 작업을 하면서 손님으로부터 "진국인데, 밥을 말아 먹어라"는 발언을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야 했다.

    다른 미화원은 객장 내 손님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놓은 마권(승마투표권)을 쓸어 담던 중 한 남성 손님의 신발을 빗자루로 살짝 스쳤다가 "네 같은 게 명품 신발을 건드려? 네가 평생 구경도 못 할 한정판이야"는 폭언을 들었지만, 꾹 참아야 했다.

    ◇ 비정규직 청소미화원 "손님과 마찰 빚었다가 해고당할까 봐 참는 게 습관"

    이들은 "비정규직 신분으로 손님과 마찰을 빚었다가는 해고라도 당할까 봐, 무례한 발언을 들어도 참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객장 내 손님이 휴대전화로 성인동영상을 외부음으로 크게 들리게 틀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마사회 남성 직원이 지나가면 얼른 꺼버리지만, 유독 여성 청소미화원들이 옆에 있으면 보란 듯이 틀어놓는다는 것이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는 더하다.

    이들은 "손님 중 일부는 일부러 청소 중에 들어와 용변을 보면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꺼내어 흔들어 보이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이날 만난 미화원 중에 화장실 성추행을 당한 미화원들이 한 두명이 아니었지만, 모두가 참고 넘어가고 있었다.

    객장 내 처음 본 남성 손님들이 술 냄새를 풍기며 자신들을 "자기야", "야"라고 하대해 불러도 웃어 보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남성손님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미화원의 현실과 대조적으로 "고객님의 마음이 함께 달린다"는 한국마사회에 걸린 문구.(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객장에 설치된 CCTV로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표정이 밝지 않거나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할 경우 곧장 감독자의 질책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화원들에 따르면, 객장 내 쓰레기 하나를 쓸어 담을 때조차도 손님에게 웃으며 '실례합니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행동 하나까지 매뉴얼로 정해져 있다.

    용모 단정이라는 핑계로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을 할 것을 강요받는 게 마사회 미화원만의 특수한 현실이기도 하다.

    당연히 '손님은 왕'이라고 여기는 고객과 기계적 친절을 강요하는 고용주의 태도로 여성 미화원들의 인격권과 노동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언행과 성희롱을 경험하고도 이들은 오히려 '돈 잃은 손님을 내가 이해해야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민주노총, "마사회는 언어폭력 예방 캠페인 시급히 도입해야…"

    다만 "경마장 내에 '무례한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문구 하나만이라도 붙어 있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 미화원의 바람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이상민 사무국장은 "강원랜드와 같은 카지노 사업장에서도 직원들에게 언어폭력을 삼가라는 문구를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며 "한국마사회 사업장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인데, 언어폭력 예방 캠페인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성폭력과 고객 응대에 대한 프로그램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를 넘은 말과 행동이 미화원분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마사회는 대대적인 언어폭력 예방캠페인을 통해 미화원들의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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