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벡스코의 적폐…'전시장 배정 기준 변칙 개정과 편법 운영이 원인'

부산

    벡스코의 적폐…'전시장 배정 기준 변칙 개정과 편법 운영이 원인'

    벡스코 야간 전경(사진=벡스코 제공)

     

    벡스코가 지역 전시 업체들이 애써 개발한 전시 행사들이 안착하기도 전에 유사 행사들을 마구 늘리면서 오히려 육성·보호해야 할 지역 업체들을 고사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알고 보니 벡스코의 전시장 행사 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 벡스코 전시장 행사 배정 기준, 처음부터 유명무실 했다

    벡스코는 2000년 출범하면서 공정한 전시장 행사 배정을 위한 기준으로 '벡스코 전시장 운영규정 시행세칙'을 마련했다.

    벡스코의 전시장 배정과 관련한 규정인 제3조 1항(전시장 배정)를 보면, "동종품목 전시회의 경우 산업기반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회(무역전시회)는 내수 전시회(소비재 전시회) 및 기타 행사에 우선 배정하며, 대형국제행사는 일반행사에 우선하여 배정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벡스코는 전시장 배정 운영규정을 무시한 채 임의로 전시장 배정을 하면서 불투명한 전시장 배정 결정 과정에 깜깜이 배정 결정에 따른 불공정 논란과 금품수수 의혹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자 뒤늦게 지난 2013년 '행사장 사용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출범시켰다.

    행사장 조정위는 벡스코 팀장급 직원 4명과 학계, 관련 외부전문가 5명 등 모두 10명 이내(현재 9명)로 구성되며, 주로 유사 전시행사를 추가로 허용해야 할 때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또 2015년 1월 전시장 배정 운영 규정을 개정해 3조 2항을 추가하고 전시회 품목을 구체적으로 분류한 배정 규정을 추가 삽입했다.

    그 내용을 보면, "동종품목 전시회의 경우 무역전시회는 1년에 1회, 소비재전시회는 1년에 4회(상,하반기 각2회 등) 개최를 원칙으로 한다. 단, 소비재의 경우라도 신규 품목행사에 대해서는 협의에 따라 1년 1회의 개최의 보호기간을 둘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행사장 사용 조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개최 간격을 조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 일련의 개선책이 나온 이후에 더 심해진 벡스코의 유사행사 늘리기 갑질 행태

    벡스코가 행사장 사용 조정위원회 구성과 전시장 배정규정 개정 등 일련의 개선안이 마련된 이후에도 전시장 임의 배정과 마구잡이식 유사행사 늘리기 행태는 더 심해졌다는 것이 지역 전시업계와 학계의 판단이다.

    왜 이런 폐단이 지속되는 것일까?

    그것은 전시장 배정을 위한 행사장 사용 조정위의 운영 절차와 결정 과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먼저 행사장 조정위의 결정 과정을 보면,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지는 데다 이해당사자인 지역 전시 업체의 참여와 의견 제시가 원천 차단되고 여기서 결정되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 받고 수용해야 하는 구조이다.

    특히 행사장 조정위의 전시장 배정기준의 적용이 모호해 전시 행사 추가 배정으로 피해를 입는 전시 업체들이 수긍할 수 없는 사례가 빈번하다.

    조정위의 배정기준을 보면 큰 규모의 산업기반 확충을 목적으로 하는 무역 박람회는 연1회, 소비재 박람회는 연 4회 개최 가능하다고 품목에 따른 배정 기준을 정해 놓았지만 무역과 소비재의 중간 영역인 경우 논란의 소지가 크다.

    무역 박람회는 수출·무역으로 이어지지만 소비재 박람회는 내수 소비에 그친다는 특징이 있지만 일부 소비재 전시회의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무역이 가능한 사례가 많아 전시회 품목 분류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 S 전시업체가 신규 개발했던 '창업박람회'는 무역과 소비재의 중간 영역으로 조정위의 추가 배정 결정에 대해 무역 박람회 성격을 포함하는 창업박람회에 추가 행사를 허용해준 은 불공정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추가 행사 배정 과정에 기존 전시 행사와 임박하게 개최 일정을 결정하는 '기간 제한 무시 조치'는 기존과 신규 양쪽 행사 모두 참가업체 모집 경쟁을 심화시키고 행사 규모와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벡스코 관계자는 최근 "유사행사를 추가로 허용할 때 기존 행사 일정과 임박하게 겹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기간 제한을 무시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서울의 코엑스가 기한과 상관없이 유사행사를 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벡스코가 참고했다는 코엑스 측의 한 관계자는 "전시장 배정이 완전히 가득 차는 바람에 신규 추가 배정이 불가능해서 잠시 품목과 기간 제한을 일시 풀었던 적은 있지만 여전히 추가 배정 때 품목제한과 기한 제한은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며 전했다.

    이는 벡스코가 코엑스의 기간 제한 사례를 왜곡하면서 유사행사를 마음대로 임의 배정하기 위한 핑계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 벡스코 전시장 배정 개선안은 유사행사 늘리기 면죄부였나?

    벡스코는 그동안 전시장 배정 과정에 개선안으로 배정 기준을 개정하고 행사장 조정위를 구성하는 등 일련의 노력들을 보였지만 결국 마구잡이식 유사행사 늘리기를 위한 면피용 개선안이었을 뿐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역 S 전시업체는 지난 3년 간 공들여 개최해온 '반려동물박람회'가 안착하기도 전에 유사행사가 추가로 한 개 더 늘어난 것이 일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벡스코가 다시 추가 행사 배정을 위한 공모절차를 지난 15일부터 진행하자 지역 업체와 상생을 외면하는 '전형적인 갑질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시업체 관계자는 "전시장 배정과 관련한 일련의 개선안이 모두 벡스코가 임의대로 유사행사를 추가 허용해주기 위한 변칙 편법이었을 뿐이었다"며 "지역 전시업체를 육성·지원해야 할 벡스코가 전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역 전시업체는 "벡스코 임원진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하면서 실무급 직원들마저 서울·수도권에서 전시행사를 유치하고 유사행사를 늘려 성과를 내고 승진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 업체를 죽이는 벡스코의 갑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전시·컨벤션 전문가들은 "벡스코가 지역 전시업체를 보호하는 쪽으로 구체적인 전시행사 배정 기준을 다시 마련함으로써 공정성을 높이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전시장 배정 절차로 행사장 조정위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벡스코 임직원 모두가 구호로만 상생·동반성장을 외칠게 아니라 지역 업체를 육성·지원하는 센터로 거듭나서 지역 업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 돕는 자세 변화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