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멈춘 듯한' 또는 '시계가 두 번 흐르는' 공간
- '섬총사' '윤식당' 등, '섬 예능' 전성시대의 섬들
- 불편한 사치…도시적 감수성으로 발견하는 섬의 매력
- 낙월도, 소청도, 굴업도, 문각도, 연홍도…
- 섬의 3부 요인…이장님, 부녀회장님, 그리고 어촌계장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7년 6월 20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고재열 기자 (시사IN 편집기획팀장)
◇ 정관용> 관심을 모으고 있는 키워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 들어보고 분석해 보는 시간 ‘키워드로 읽는 세상’입니다. 시사인의 편집기획팀장 맡고 있죠. 고재열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고재열>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오늘 고른 키워드는 뭡니까?
◆ 고재열> ‘섬 예능’입니다. 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너무 반가워서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 정관용> 섬에서 찍는 예능 프로그램? 요즘 그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죠?
◆ 고재열> 많죠. 지금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섬총사' 지금 전남 우이도에서 찍었던 거 방영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얼마 전에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윤식당', 이거는 해외 섬이긴 한데 인도네시아 롬복 근처의 섬에서 찍었고요.
◇ 정관용> 맞아, 거기도 섬이었죠.
◆ 고재열> 그리고 다들 기억하고 계시는 '삼시세끼' 만재도, 저도 아직 못 가봤지만 정말 한 5~6시간 가야 하는 섬인데 만재도에서 찍었던 '삼시세끼'가 있고 그리고 보니까 얼마 전 '불타는 청춘' 이 프로그램에서 울릉도편을 찍었어요.
중견 연예인들이 1박 2일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인데 여기서도 울릉도 편을 찍어서 저도 보고 울릉도도 빨리 가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예능 프로가 섬을 이렇게 배경 장소로 고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고재열> 그렇죠. 섬은 좀 단조로운 공간인데 그런데 이런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리얼 예능' '관찰 예능'이라고 하죠.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들의 핵심은 어떤 상황에 던져놓고 거기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 그리고 어떤 본색이 드러나는지 그걸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섬이 격리되어 있다 보니까 그들이 그들만의 어떤 우주를 구현할 수 있기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거기서 독특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있고 그리고 섬에 가면 ‘멍 때리기’ 좋은 공간이라고 할까요. 그런 어떤 여유를 즐길 수 있는데 제가 젊은 사람들과 섬에 같이 가보면 꼭 그런 얘기 하더라고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재미와 함께 힐링을 시켜줄 수 있어서 섬이 선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 힐링적 요소에다가 뛰어봐야 벼룩이다, 갈 데가 없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예능인들의 어떤, 서로들의 '진짜 치고 받고' 이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 고재열> 그렇죠.
◇ 정관용> 섬의 일상, 육지의 일상 다른가요?
◆ 고재열> 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처음에 가보면 저도 젊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한가한 느낌이 들었는데 섬을 자주 가다 보니까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러니까 육지 시계와 다르게 섬의 시계는 저는 두 번 흐른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 정관용> 어떻게 두 번이요?
◆ 고재열> 그러니까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해의 시계가 한 번 있고 물이 차고 빠지는 달의 시계가 있다고 봐요.
◇ 정관용> 밀물, 썰물.
◆ 고재열> 섬에 사는 사람은 두 시계를 다 살아야 되는… 바다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에 물때를 놓치면 얻을 수 있는 것을 못 얻지 않습니까? 그래서 또 섬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본업만 해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장이면 우체부 역할도 해야 되고 그리고 또 연락선도 운전해야 되고 잔칫날 누군가 돼지도 잡을 줄 알아야 되고 그래서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한 곳인데 그래서 일상이 그분들에게는 정말 바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 정관용> 이런 것은 어찌 보자면 육지 사람들한테는 좀 불편함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많이들 섬을 찾는 그런 섬의 매력은 뭘까요.
◆ 고재열> 섬의 매력을 저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불편한 사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불편한 사치?
◆ 고재열> 사치는 어떤 감수성의 사치죠. 그러니까 감수성이 살아나게 되는 그런 기능이 있는데 불편함이라는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능에서도 사실은 그 불편함을 극복하는 그 과정이 발버둥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인데 그게 어떤 진정한 고급스러움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고급스러움은 정말 대단한 리조트를 가거나 그게 아니라 나만의 뭔가를 발견해내는 그런, 새로운 어떤 고급스러움인데 여기에 그런 섬의 모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불편함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감수성을 살려내는 그런 감수성의 사치.
◆ 고재열> 그리고 사실은 우리가 섬에 살려고 가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에 섬에 산다고 생각하면 걱정도 많고.
◇ 정관용> 즐기러 가는 거니까.
◆ 고재열> 그러니까 저희는 그냥 한가한 것 즐길 수 있고 도시의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런 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섬사람들은 늘상 일상이 된 공간이기 때문에 잘 발견 못하시는 것들도 도시 사람들은 정말 많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여기 석양이 너무 예쁘구나, 여기 바다 파도소리가 너무 좋구나 그리고 이 새소리들이 들리는구나. 이제 그래서 오히려 섬에서 사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적 감수성으로 가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냥 바닷가하고 섬에서 마주하는 바닷가하고는 분명히 달라요. 그만큼 멀리, 먼 바다, 떨어져 있는 곳이라고 하는 점에서 확실히 다르죠. 실제 섬 여행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까?
◆ 고재열> 방송에 나오면 일부 섬은 단기적으로 좀 방문자가 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는 섬에 가시는 분들이 적고요.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고 심지어 3000개의 섬이 있고 그중에 유인도가 500개 정도 되는데 섬에 사시는 분이 아니면 섬에 가는 경우가 정말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왜요? 왜 가는 분들이 적어요?
◆ 고재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섬을 좀 행락지로 접근할 때는 좀 많이 가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행락지로 지금 분석을 해 보면 다른 곳과 비교해서 멀고 불편하고 비쌉니다.
◇ 정관용> 비싸죠, 또.
◆ 고재열> 섬에 가시려면 정말 돈과 시간과 체력이 다 있어야 되고, 그리고 또 풍경이 좋은 섬 위주로 개발되다 보니까 이런 곳은 먹고 마시는 곳으로 되어 있어서 힐링이 되는 느낌이 없고 그리고 정말 한적하고 어떤 호젓한 그런 섬들은 민박도 없고 슈퍼도 없어서 너무 불편하고 그래서 좀 그런 것 같고요.
그리고 어족자원이 좀 고갈되면서 섬이 좀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시골도 그렇지만 노인 분들만 계시는 섬이 너무 많고 어떤 섬에 새로운 에너지가 없고 사람이 없다 보니까 해운체계 자체가 너무나 지금 불편한 상황입니다.
◇ 정관용> 섬에 가는 배가 없어요?
◆ 고재열> 섬에 들어갈 배를 제대로 예약하고 타고 가는 게 되게 어려운 일입니다. 가고 싶은 섬이라고 하는 공영사이트가 있기는 한데 거기에서 예약이 잘 안 되는 그런 섬들도 많이 있고요. 그리고 거기에 안내되어 있는 것하고 좀 다르기도 하고 그리고 일기에 따라서 배가 안 뜨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것을 좀 알아내는 방법도 힘들고..
우리가 흔히 섬을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그러는데 그래서 정말 해외여행만큼 난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지지난 주에 영광 낙월도에 갔다왔는데 그 낙월도는 면사무소가 있는 그런 곳이거든요. 그런데 배를 타고 들어가려고 항구에 매표소에 가니까 매표소가 없어요.
◇ 정관용> 매표소가 없어요?
◆ 고재열> 그냥 조그마한 테이블이 하나 있어요. 그래서 이거 배가 뜨는지 안 뜨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옆에 다른 가게에 물어보니까 배가 뜨기 한 30분 전쯤에 저 테이블에 사람이 한 명 온다. 그러면 정말 그분이 가방 하나 들고 와서 거기서 표를 끊어서 들어가더라고요. 그런 만큼 상당히 지금 좀 열악한 곳이 많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배도 좀 낡았죠?
◆ 고재열> 네, 배들이 대부분 사실은 일본에서 연안여객선으로 이용되다가 그걸 개조해서 우리가 쓰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 정관용> 세월호도 그렇잖아요.
◆ 고재열> 세월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 때문에 물론 이제 또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게임이 될 수 있지만 그런 해운체계를 개선하는 게 사람들이 섬에 더 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줄 것 같습니다. 섬에 가보시기만 하면 계속 가시는 것에 대해서 저는 진짜 장담할 수 있거든요.
◇ 정관용> 한 번 가보면 그렇게 좋다? 어쨌든 하루에 한 두 번 배가 있는 경우도 대부분이죠?
◆ 고재열> 한번도 많고요. 세 번 정도 있으면 정말 대단한 섬입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리고 어떤 섬에 갔다가 그 옆에 있는 다른 섬으로 가려는데 못 가는 경우도 많죠?
◆ 고재열> 그건 정말 불편한데요. 시스템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한 연안에 연안여객터미널 기점으로 해서 거기서부터 이를테면 이제 몇 개 섬을 일렬 라인으로 쭉 간다고 했을 때 그 라인에 없는 옆의 섬이라고 하더라도 그 라인에 없으면 거기 계시는 분들은 그 옆 섬으로 가기 위해서 다시 연안여객터미널로 들어왔다가 다른 배를 타고 또 들어가야 되는.
◇ 정관용> 다시 나가고.
◆ 고재열> 그래서 어떤 방사형 구조로 어떤 연안여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데 정말 섬에서 섬으로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정도를 지금 우리 21세기에 이 정도 사회에서는 구축되어 있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 정관용> 요즘은 연륙도, 연도교. 그러니까 다리가 놓여져 있는 섬 이런 곳도 늘어났죠?
◆ 고재열> 육지가 연결되어 있는 연륙교가 있는 섬들도 있고 또 연도교로 섬끼리 연결하는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또 이게 섬다움을 잃는다라고 비판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도 사실 있기는 한데 그런데 이제 섬에 사시는 분 입장으로서는 위급상황이나 이런 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게 상당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연륙교와 연도교는 또 그분들 입장도 헤아려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아까 섬은 좀 불편한 사치다라고 하셨고 그다음에 일단 한 번 가면 섬을 자꾸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라고 하셨는데 섬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뭡니까?
◆ 고재열>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는데 섬에 가면 숙식이 잘 해결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그런 관광섬이나 개발된 섬들은 그런 것들이 오히려 해결되는데 정말 내가 새로 재발견하고 싶은 섬에 갔을 때 되게 어려운데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캠핑을 통해서 숙식을 해결하는 그런 방법이 있고요. 그런데 이거는 안 해 보신 분들은 하기 힘드시니까. 다른 방법은 마을의 이장님에게 연락을 드려보면 이장님 혹은 부녀회장님, 어촌계장님 어떤 섬의 3부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분들에게 연락을 드려서 같이 연락을 해 보면 우리가 몇 명 정도 가는데 그러면 이분들이 마을회관이나 그런 것을 통해서 어떤 숙박 그리고 또 마을 ‘섬 밥상’ 그런 게 가능하십니까 하면 식사까지 해결되고요.
그리고 정말 육지에서 맛 볼 수 없는 신선한 밥상을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섬에 들어갈 때는 어쨌든 그런 그분들을 통해서 연락을 하는 게 좋고 아니면 밖에서 강제윤 시인처럼 섬학교를 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아볼타라는 섬 캠페인을 주로 하시는 이클립스라는 섬 캠핑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데를 가거나 아니면 또 섬 전문 게티 연구소라는, 노영래 소장이 하고 있는데 이런 데서 주기적으로 어떤 섬 방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섬잡이들을 따라가시면 정말 섬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수퍼 하나, 식당 하나도 없는 섬도 많죠?
◆ 고재열> 식당 없는 섬은 정말 부지기수고요. 수퍼도 수퍼라고 부르기 참 애매한 한 집에서 정말 생필품 정도를 구비하고 그리고 마을주민들끼리 이제 그분이 계속 계시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연락을 드려야지 밭에 있다가 혹은 굴 따다가 오셔서 이렇게 파시는데 그런 구멍가게가 있기도 하죠.
◇ 정관용> 그리고 섬에 가면 대부분 그냥 바닷가만 즐기다 오자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예상외로 섬에 가서 반드시 섬에는 산이 하나 있다, 높지도 않은 섬이 있지만.
◆ 고재열> 바다에 있는 산이 섬이 된 거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섬에 가서는 꼭 그 산에 올라야 봐야 된다 하시는 분 많더라고요.
고재열 기자(사진=시사자키)
◆ 고재열> 섬에서 산에 안 가시면 사실은 그 섬 다 본 게 아니죠. 그리고 섬의 묘미는 사실은 산에 올라가서 바다를 조망하는 묘미가 있고요.
그다음에 산에 올라갔을 때 그 섬 전체가 보이면 이 섬이 내 섬 같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니까 물론 아주 큰 섬은 이제 좀 그렇지 않겠지만 조그만 섬들은 이게 산에 올라가서 한눈에 들어보면 내 섬 같다는 느낌도 있고 그리고 거기서 바라보는 어떤 석양이나 일출은 보려면 이제 정말 부지런하셔야 하니까.
◇ 정관용> 깜깜한 밤에 랜턴 키고 가야 하니까.
◆ 고재열> 그거는 좀 어렵지만 그리고 특징이 많은 섬들이 서해안의 섬들이 트레킹 코스를 잘 조성해 놨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렇게 캠핑할 수 있는 데크도 있고요. 그런 섬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그렇게 많이 준비해 주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거 가서 좀 많이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섬에 가서 등산하기, 이것까지 외우시는 게 좋아요. 어쨌든 이런 섬을 재발견한다고 그럴까 조금 더 활성화한다고 할까 그럴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 고재열> 일단은 우리가 생각보다는 섬에 투자되는 돈들이 되게 많아요. 왜냐하면 그런 연륙교, 연도교도 사실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드는 토목사업이지 않습니까? 그런 사업을 비롯해서 또 관광 활성화하겠다고 해서 또 엄청나게 사업비를 쏟아붓고 있고 그리고 어떨 때 보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곧 무인도가 될 섬인데 거기 제방공사를 하기도 하고요.
◇ 정관용> 사람이 다 떠날 섬인데 뭐라고 제방을 만들어요?
◆ 고재열> 그러니까 미리 계획이 되어 있으니까 만들었지만. 그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있고 필요없는 간척사업 그리고 지금 이제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기로 했는데 이것도 좀 논란이 많이 있습니다.
◇ 정관용> 흑산도에 공항을 만들어요?
◆ 고재열> 이미 이제 계획해서 결정까지 된 사항인데.
◇ 정관용> 흑산도 인구가 얼마나 된다고?
◆ 고재열> 그러니까 저는 이왕 섬에 공항을 만든다면 그 공항 그 섬에 가서 다른 섬도 많이 가볼 수 있는 그런 섬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흑산도는 사실 그 옆에 홍도나 조금 떨어져있는 만재도, 가거도 어떤 생활권 안에 섬이 없습니다.
그런 식의 투자입니다. 정말 대규모 토목사업이 의외로 많이 투자되고 있는데 좀 그런 방식보다는 제가 젊은 청년들하고 같이 섬을 많이 가봤는데 이들의 눈을 통해서 섬을 재발견하는 게 중요하겠다. 이분들은 불편한 것에 대해서 별로 의식을 안 해요. 그리고 섬을 즐기는 데는 아주 잘 찾아서 즐기시더라고요.
어디서 어떻게 같이 노래를 하고 어떻게 술을 마시고 어디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이들이 섬을 발견하고 거기서 섬에서 조금씩 하나씩 같이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생기도 또 카페도 생기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어떤 포석을 두다 보면 길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정관용> 청년들이 섬에 가면 성인들하고 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거죠?
◆ 고재열> 그렇습니다. 우리가 섬을 바꿔나갈 때 이제 무작정 투자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이걸 하면 좋을 거야라고 시설물을 만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들이 섬을 즐겨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 그래 빈집을 한번 당신들이 게스트하우스든 카페든 한번 해 보고 그리고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섬이 있다면 그 섬부터 시작을 해 보자..
그래서 그 섬의 어떤, 아까 말씀드렸던 해운체계를 조금 더 구성해서 여기에 더 배도 늘려보고 그렇게 해서 거기가 재미있는 섬이 되면 다른 세대들도 거기에 가족 단위나 중장년층도 찾아보고 그리고 그 섬이 저렇게 하니까 잘 된다더라 하면 다른 섬들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내친 김에 가볼만한 섬 몇 군데 추천해 주시겠어요?
◆ 고재열> 아까 말씀드렸던 그런 섬잡이들 꼭 같이 가시고 그리고 또 이제 계절에 맞춰서 또 섬이 계절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서해 섬 같은 경우에는 북서풍을 바로 맞기 때문에 봄이 늦게 와요. 그걸 좀 감안하시고 가시고 대신 남해섬은 육지가 좀 북서풍을 막아줘서 겨울이 늦게 옵니다.
초겨울에 가도 늦가을 느낌이 있어서 좋고요. 구체적으로 섬을 콕 꼽는다면 제가 최근에 갔던 섬 중에서는 소청도 여기 홍합 드시러 가시고.
◇ 정관용> 소청도?
◆ 고재열> 대청도, 백령도 옆에 있는 소청도입니다.
◇ 정관용> 이건 인천에서 멀잖아요. 배로 4시간~5시간?
◆ 고재열> 3시간 가는데 거기에 붐바위라고 정말 석회암 바위 지역이 있는데 깨끗한 바다 위에 홍합이.
◇ 정관용> 소청도 홍합.
◆ 고재열> 그리고 굴업도.
◇ 정관용> 굴업도는 군산 쪽에서.
◆ 고재열> 굴업도는 군산하고도 멀지 않지만 옹진군에 속한 섬입니다, 인천. 예전에 핵폐기장도 만들면서.
◇ 정관용> 그러다가 취소됐던.
◆ 고재열> 나중에 또 재벌 기업이 거기서 골프장 만들려고 해서 그것도 이제 시비가 됐는데 제가 이제 골프장을 반대하는 문화예술회하고 거길 갔다가 제 입에서 그 벌판을 보면서 이런 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와, 여기 골프장 하면 정말 좋겠다. 그럴 정도로 초지가 멋진 섬인데. 거기 가면 풀이 많으니까 메뚜기들이 육지보다 3배 정도 커요. 식생을 볼 수 있는 섬. 문각도 여기는 정말 해변이 예쁜 섬이거든요.
◇ 정관용> 거기는 어디예요?
◆ 고재열> 그런데 이런 굴업도, 민각도는 추천하고 싶고 그리고 제가 최근에 갔다온 낙월도, 우리가 해 지고 해 뜨는 곳 보잖아요. 여기는 달 지는 곳 보는 곳입니다.
◇ 정관용> 낙, 월.
◆ 고재열> 운치 있는 곳이고 그리고 예술섬으로 개발된 연홍도가 있거든요.
◇ 정관용> 이건 어디예요?
◆ 고재열> 고흥군에 있는 섬인데. 원래부터 거기 폐교를 화가 분이 미술관으로 만들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여기 말고도 많습니다. 섬 진짜 좋은 데 많습니다. 오늘 키워드로 읽는 세상, 섬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시사인의 편집기획팀장 고재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고재열>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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