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BS 방송과 인터뷰 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9∼3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남북관계 주도권은 한국이 가져야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등 대북 접근법을 놓고 불거진 한미간 이견(理見) 노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CBS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죽음으로 격앙된 미 행정부와 의회에 위로의 뜻을 전달하며 북한 인권상황을 강하게 질책하는 등 성난 민심 달래기에도 적극 나섰다.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기만 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는 등 역할 분담론도 제시했다.
'강한 채찍'과 '강한 당근'을 병행한 전략적 대북접근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는 등 한미 정상회담에서 불거질 수 있는 균열 우려를 사전에 털어내려는 포석도 읽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15 남북공동성명 17주년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문 대통령은 CBS방송 '디스 모닝'(This Mornisg)의 노라 오도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며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먼저 북한에 압박과 제재를 가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동결시키는 수준의 반응이 나와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수 있으며,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계적 접근 방법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얘기되고 있는 만큼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조야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 바로 북핵 문제 아니냐"며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로 저는 그 점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미국과 함께 대북 제재와 압박에 공동 보조를 맞추고 최종적으로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자신의 구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대북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도 강조한 것.
문 대통령은 WP와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말하는 '관여'는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관여와 매우 유사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놓았고, 조건이 맞는다면 관여한다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전술을 채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유력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무조건적인 대화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기조에 지지를 보낸 셈이다.
새 정부 임기 초반인 올해 안에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올바른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북의 선제적 태도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가동 문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만큼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의 끝에는 결국 대화 테이블이 있고, 특히 남북대화는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관계도 훨씬 긴장관계가 완화됐다"고 말했다.("Korea should now play a larger and more leading role in this process. During the periods when South Korea played a more active role, the inter-Korean relationship was more peaceful and there was less tens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문 대통령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압박이라는 메뉴판에 대화라는 메뉴를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화라는 메뉴를 꺼낼 수 있는 조건이나 내용에 대해서 아무것도 마련돼 있는 것이 없다. 그런 점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보고 싶다"며 남북대화 과정에 미국과의 공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과의 대화, 그리고 또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는 서로 병행해 나가면서 역할 분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미가 균형을 맞춰 접근해야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환경영향평가가 사드배치 합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다"(WP), "문정인 특보의 한미 전략자산 축소 발언은 학자로서의 개인적 의견"(CBS)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과 잡음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장 8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과 접근방식을 포괄하는 '공동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두 나라 모두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북핵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해결의 큰 틀에서 통 큰 접근방식에 합의하고, 향후 6자회담 등을 통해 실질적인 '북핵 억지효과'에 돌입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