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오른쪽)는 2017 월드리그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 세터의 경기 모습을 직접 살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사진=국제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V-리그 OK저축은행의 세터 이민규에게 2017년 여름은 ‘변화’의 계절이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태풍급’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김호철 감독과 함께 국가대표팀에서는 동갑내기 노재욱(현대캐피탈), 후배 황택의(KB손해보험)과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22년 만에 5승(4패) 달성을 맛봤다. 소속팀에서는 새 시즌을 앞두고 국가대표 출신 거포 김요한이 이적하며 지난 시즌의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프로 입단 5번째 시즌을 앞둔 이민규는 이번 월드리그가 분명한 성장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7 월드리그를 모두 마치고 귀국한 지난 20일 만난 이민규는 “잘하고 싶어 독기를 품고 악착같이 했던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많이 배웠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상대뿐 아니라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명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김호철 감독에게 많이 배웠다는 의미였다. 가장 큰 가르침은 ‘공만 예쁘게 잘 올리는’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끄는’ 역할의 중요성이다. 슬로베니아 세터의 움직임과 경기 운영은 이민규에게 새로운 세터의 가능성을 깨우치게 했다.
함께 경기한 동료들도 이민규에게는 배움의 대상이었다. 이민규는 “(노)재욱이는 잘한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배구를 한다. 창의적인 면을 많이 배웠다”면서 “(황)택의는 동생이지만 공이 예쁘게 올라가는 모습을 배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민규는 노재욱과 황택의에게 어떤 장점을 보여줬을까. 그는 “열심히 하는 모습,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민규는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동생인 이민욱(삼성화재)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꿈도 새롭게 키웠다. 유광우(우리카드)의 이적으로 삼성화재의 주전 세터로 거듭날 기회를 잡은 이민욱이라는 점에서 V-리그에서의 성공은 곧 대표팀 발탁으로 이어질 기회다.
이민규는 “민욱이도 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데 묵묵히 하다 보니 기회가 왔다”면서 “대표팀에 같이 뽑히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자고 연락했다”고 ‘태극마크’를 향한 형제의 꿈을 소개했다.
잦은 부상으로 KB손해보험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김요한은 OK저축은행으로 이적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OK저축은행도 새 시즌은 달라진다
2013~2014시즌 신생팀 우선지명을 통해 OK저축은행에 입단한 이민규는 첫해 남자부 7팀 가운데 6위에 그쳤지만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 V-리그 챔피언에 오르며 말 그대로 ‘꽃길’만 걸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최하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변화의 칼을 꺼내 들었다. KB손해보험에 라이트 강영준, 센터 김홍정을 내주는 대신 레프트 김요한과 세터 이효동을 영입했다.
‘큰 공격’이 필요했던 만큼 KB손해보험의 거포 김요한을 영입하며 ‘화력’을 보강했다. 비록 잦은 부상으로 KB손해보험에서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김요한이지만 이번 이적을 통해 사실상 선수 생활을 건 마지막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민규는 “기대가 크다. (강)영준이 형도 공격을 굉장히 잘하는 선수인데 기술적인 선수였다면 요한이 형은 높이가 좋다. 팀이 변화를 주기 위한 선택”이라며 “요한이 형이 파워풀한 공격을 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 공격적인 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상당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민규는 대학 시절 대표팀에 처음 뽑혀 호흡을 맞췄던 김요한을 떠올렸다. 그는 “생각보다 높이가 더 좋아 깜짝 놀랐다. 어려운 공도 처리해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새롭게 호흡을 맞출 김요한과 ‘찰떡호흡’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