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가계경제의 부실 위험이 높은 '고위험 가구'가 30만 가구에 이르고, 금리가 오를 경우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2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부채로 인해 부실위험에 노출된 위험가구가 지난해 3월 말 기준 126만3천 가구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융부채를 가진 전체 가구의 11.6%에 해당하며 이들의 금융부채는 186조7천억원이다.
이는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고위험가구도 31만5천가구(부채가구의 2.9%)이고, 이들의 부채는 62조원(금융부채의 7.05)로 분석됐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서 고위험 가구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는 8천명 증가하고, 금융부채도 4조7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2만5천명 증가하고, 부채도 9조2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금리가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6만명, 이들의 금융부채는 14조6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하는 경우에는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지만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하면 고위험가구의 수와 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부채의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지만 저성장의 영향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은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부채는 1천359조7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1% 늘었다.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3%로 8.6%포인트나 높아졌다.
가계부채 급증은 6·25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가구당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베이비붐 세대가 5천800만원으로 나머지 가구(4천400만원)보다 32%나 많았다. 50세 이상 베이붐 세대가 퇴직 후 자영업에 진출하거나 임대주택 투자에 나서면서 금융부채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와 감독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더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약화하거나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관리하는 등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