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 (사진=자료사진)
박정희 유신독재 시기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한승헌 변호사가 4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헌숙 부장판사)는 22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은 한 변호사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 변호사는 1972년 9월호 한 잡지에 김규남 전 의원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라는 글을 발표했다. 김 전 의원은 대표적인 간첩 조작사건인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됐다.
이에 한 변호사가 애도의 글을 잡지에 싣고 1974년 자신의 저서 '위장시대의 증언'에 같은 글을 수록했다.
그는 1975년 이 글로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며 구속기소됐다.
당시 재판에서 한 변호사는 "특정인을 지칭한 내용이 아니고, 사형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수필체로 쓴 글"이라고 맞섰지만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한 변호사는 9개월 간 수감생활을 했고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이후 2013년 숨진 김 의원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한 변호사도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날 "해당 수필을 작성하는 것이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한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독재권력의 탄압수단으로 사법절차와 형벌이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압제자의 농락에 법원이 무력하게 휩쓸리는 치욕은 절대로 되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변호사는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 여러 시국사건을 맡아 변론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감사원장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단 때 대리인단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