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공판에선 동생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사면 구명을 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집요한 로비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주목을 끌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5년 8월경 당시 이영희 부사장(현 SK브로드밴드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최재원 부회장 사면을 위한 TF팀'을 그룹 내에 설립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TF팀은 최 수석 부회장의 가석방 대응방안을 찾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한달에 한두번씩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의 동생 구명 로비 노력은 매우 집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그룹은 2016년 2월16일 최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간 독대를 준비하면서 두차례에 걸쳐 '대통령 개별면담 사전준비회의'를 가졌다.
최 회장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그룹 현안부터 국가 차원에서 수준 높은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사내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SK그룹측은 이 회의에서 ▲ 인사 말씀 및 투자고용 ▲창조경제 ▲CJ-헬로비전 합병 ▲면세점 ▲(최재원 수석부회장 석방 등)마무리 말씀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 면담 말씀' 자료를 준비했다.
최 회장은 실제로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이틀 앞두고 동생을 면회가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본인(최재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VIP보고시(독대)에도 모든 키는 본인 석방을 위해서 하는 것임"이라는 텔레그램 문자를 보내고 "동생에게 면회시 전해달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2월 16일 독대때에도 자연스럽게 동생 가석방 문제를 제일 먼저 대통령에게 꺼냈다.
최 회장은 "삼청동 '양옥집'에서 이뤄진 대통령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요즘 잘 지내시냐'고 인삿말로 물어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 않습니다. 동생이 못나와 조카들을 볼 낯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대해 검사가 "최재원 부회장 부인과 조카를 생각하면 증인(최태원)만 먼저 사면되고 동생은 교도소에 있는것이 늘 미안해서 (요청한 거냐)"라고 묻자 최 회장은 "네'라고 대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러나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동생 사면에 대해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이 없어 그날 독대에서 그 얘기를 더이상 꺼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최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450억원 횡령사건으로 기소됐다가 최 회장은 1심 재판에서 먼저 구속됐고 최 부회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2013년 9월 27일)에서 법정구속됐다.
당시 실형 선고 배경엔 최 회장 형제가 거짓 진술을 했다가 '괘씸죄'에 걸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최 회장은 1심 재판에선 "펀드 조성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모두 관여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항소심에서 "그룹이 수백억원을 투자한 펀드 조성에 관여했다"고 그간의 진술을 뒤집었다.
최 부회장도 1심에서 펀드 조성을 주도했다고 진술했지만 항소심에서 펀드 조성과 인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또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관장이 최 회장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측은 최 회장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이 2015년 8월 14일 증인(최태원) 사면 결정 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한 부정적 서신을 보낸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네, 들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최 회장은 이어 "언제 알았냐'는 변호인측 질문에 "처음엔 풍문으로 들었으나 좀 더 구체적으로 더 들어 딱 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