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불법개조로 1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버스업체를 수사한 경찰이 업체대표와 전‧현직 고위공무원 사이에서 선물이 오고간 정황을 파악하고도 발표하지 않는 등 수사를 축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현직 부장 검사와 국회의원 보좌관의 경우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선물을 받았음에도 경찰은 위반여부에 대해선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차량 불법개조 혐의를 받고 있는 버스업체 A 사를 지난 3월 압수수색한 결과 전직 장관 2명, 현직 검사, 국회의원 보좌관 3명 등 86명의 이름이 적힌 '선물 명단'을 발견했다.
해당 명단은 버스업체 대표 조모(51) 씨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뒤 관리하던 것으로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사람들에게 와인, 굴비세트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장‧차관에겐 20만 원 상당의 굴비세트가 건네졌고 현직 부장검사에겐 5만원 상당의 와인 2병이 제공됐다. 이외에도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공무원과의 식사횟수도 함께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전‧현직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업체대표가 전 방위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수사결과 드러났음에도 경찰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고위공무원에 대한 경찰의 설명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현직 부장검사와 국회의원 보좌관은 올해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여부를 조사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생략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선물을 주고받는 두 사람이 '직접적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5만원 미만의 선물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된다. 하지만 경찰은 이러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현직 부장검사와 국회의원 보좌관은 올해 5만 원 상당의 와인을 받았다"면서도 "김영란 법 위반혐의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뒤늦게나마 "해당 검사와 보좌관에 대해서도 김영란 법 위반 혐의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현직 고위공무원에게 선물이 건네진 정황을 파악하고도 발표하지 않은 점과 함께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여부조차 조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처음부터 경찰이 수사를 축소하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이번 버스업체 비리에 연루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팀장 등 서울시공무원 2명은 조 씨로부터 각각 160만원, 9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하지만 서울시는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선 별다른 반박을 내놓치 못한 채 "수뢰혐의로 기소를 하려면 선물을 받은 사실뿐만 아니라 대가성도 성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