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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비리 '핵심 3인방'이 실형을 선고 받은 이유



법조

    이대 비리 '핵심 3인방'이 실형을 선고 받은 이유

    왼쪽부터 최순실 씨,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에 의해 저질러진 이화여대 입시, 학사 농단 사건의 1심 선고가 확정됐습니다. 치열했던 장정 가운데 1차적 법적 심판이 내려진 것입니다.

    이대 농단 사건에서는 특검이 기소한대로 이대 핵심 피고인들에게 '법의 철퇴'가 내려졌습니다. 이대 비리의 '핵심 3인방'으로 지목할 수 있는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학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 그리고 남궁곤 전 교무처장에겐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정유라씨를 '제자'로 뒀지만 성적과 출석 조작에 관여한 교수들에겐 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류철균(필명 이인화)교수와 이인성 교수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원준 교수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경옥 교수는 벌금 800만원,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정류라 대리시험 부탁)에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입학과 학사행정을 주도한 3인방들에게는 모두 '실형'이 선고됐고, 강의실에서 부정하게 학점을 준 교수들은 모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대 비리 '핵심 3인방'에게 실형이 선고되고 나머지 교수들이 '집유' 선고를 받은 이유는 뭘까요?

    ◇ "소설 쓴다"는 김경숙은 '실형', "당신도 교수냐"는 류철균은 '집유'

    최순실, 류철균, 최경희, 김경숙, 남궁곤, 이인성(시계방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사건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이대 핵심 3인방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국회 청문회는 물론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3인방 모두 범행을 부인하고 자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경희 피고인의 경우, 재판부는 "총장으로서 이대 대표이자 선발업무 전반 총괄하는 총책임자임에도 사회 유력인사 딸이라는 이유로 정유라씨를 뽑기로 했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은 범행 사실이 위중함에도 공소 사실 전반을 부인하거나 총장으로서 관여한 바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범행 부인 태도를 질타했습니다.

    남궁곤 전 처장 역시 범행을 부인한 것이 실형의 주된 이유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입학처장으로서 입학관리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인데도 국회 청문회서 거짓진술하고 공소사실 전반을 부인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흥미있는 대목은 김경숙 전 학장과 소설가 이인화로 알려진 류철균 교수의 엇갈린 명암입니다.

    상아탑의 최고 지성이어야 할 두 사람은 재판과정에서 서로 '거짓말쟁이'라며 꼴불견에 가까운 공방을 연출했습니다.

    지난 4월 김경숙 피고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류철균 교수는 "김 전 학장이 2016년 3월 '정윤회 딸이 입학했는데 정윤회 딸이라고 애들이 왕따를 시켜 우울증에 걸렸다. 학교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니 보살펴 줘야 하지 않겠냐'는 전화를 해왔다"고 증언했습니다.

    류 교수는 이어 김 전 학장이 "학생과 엄마를 보낼 테니 면담하고 학점·출석 편의를 봐달라 부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김 전 학장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건 알지만 어떻게 없는 얘기를 만드냐"고 발끈했습니다.

    류 교수 또한 "당신도(학장님도) 교수냐"고 사납게 맞대응을 했습니다. 류 교수는 "내가 이화여대에 와서 13명을 학장으로 모셨지만 다 선량한 분들이었는데 이 마당에 이렇게 부인해도 되냐"고 몰아붙였습니다. 진짜로 재판정 분위기가 살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김 전 학장은 자신의 범행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지만 류 교수는 일부 범행 사실을 제자인 조교들 탓으로 돌리다가 나중엔 반성과 참회를 했습니다.

    결국 "(가짜 증언이라며) 소설가"라고 맹비난하고 범행 사실을 일체 부인한 김 전 학장은 '실형'의 나락에 빠졌고, 잘못을 반성한 류 교수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교차된 운명을 만난 겁니다.

    ◇ "최순실의 비뚤어진 모정에 공평과 정의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사진=박종민 기자)

     

    이대 농단사건 재판에서 재판장인 김수정 부장판사는 "최순실의 비뚤어진 모정으로 공평과 정의가 무너졌다"고 입학, 학사비리의 중대성을 지적했습니다.

    최순실 피고인에게 양형 이유를 고지하면서 학부모 심정을 대변한 겁니다.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어머니 마음으로 보기엔 너무나 많은 불법행위룰 보여줬습니다. 많은 원칙과 규칙을 어기고 공평과 정의를 저버리게 만들었습니다. 피고인과 친하게 지내며 부탁을 들어 준 이들은 범죄자가 됐고, 원칙을 적용하려던 사람은 피해자가 됐습니다. 국민과 사회전체에 큰 충격을 줬고 누구든 노력하면 상응하는 결과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대신 '돈도 실력'이라는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최씨는 딸 정유라가 체육특기자로 성공하기 위해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주변 사람들은 자신과 자녀를 도와줘야 한다는 특혜의식까지 가졌다"고 성토했습니다.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씨 발언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대변한 겁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의 질타 가운데 백미는 이 부분이 아닐까요?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이라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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