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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공공재' 생존과 직결 vs 애니팡하는 게 공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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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공공재' 생존과 직결 vs 애니팡하는 게 공공재?

    "한심한 공약으로 국민 희망 고문" vs "필수재로 요금 개입 불가피" 갈등 심화

    (사진=자료사진)

     

    우여곡절 끝에 나온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을 두고, 업계도 소비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통신이 '공공재냐 아니냐'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모양새다.

    통신을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로 본다면, 국내 이동통신 3사 체제가 15년째 넘게 이어지는 상황을 독과점으로 규정, 정부는 이를 막고 일정 부분 요금 통제가 필요하다.

    반면, 통신은 사업자가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구매한 뒤 사용하는 민간서비스라면 당연히 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통신'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 인식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등 정책결정과정조차 매끄럽지 못하면서 결국 갈등과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 "기본료 폐지는 대표적 포퓰리즘"…"정부의 통신 시장 개입은 한국서만 나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와 학계와 시민단체와 통신사 대표들이 참석해 치열한 논쟁을 펼쳤다.

    어느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쟁점은 '정부의 초법적 규제'라는 비판과 '독과점 시장에서 마땅한 정책'이라는 주장으로 좁혀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통신비가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나오는 말"이라면서 "이게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통신은 골프장 같은 회원제 상품일뿐 공공재가 될 수 없다"며 못박았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애니팡(게임)하고 네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건 생존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통신 요금이 비싸다고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영화도 보고 동영상 강의로 교육도 싸게 받을 수 있는 복합적인 소비(가 가능해진 것)"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은 가장 보편적이고 필수적이고 없으면 곧바로 죽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에비앙(고급 생수)'이 비싸다고 정부가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가격 결정에 끼어드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 통신 시장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가 독점,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네트워크 구축과 설비에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업체가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0개 국가에서 통신 1위 업체들이 모두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가계 소비 지출에서 통신비 비중은 계속해서 줄고 있고, 지난 5년 사이 데이터 요금 단가는 82% 인하됐다"며 "서비스 품질과 월 사용량을 고려하면 한국의 통신비는 비싼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 행위가 규제 대상이지 독과점 자체가 규제 대상일 수 없다"며 "아주 한심한 공약으로 국민을 희망 고문 중"이라며 덧붙였다.

    ◇ 폭염 경보, 문자로 받는 시대, 공공재로 봐야…독과점 깨려면 정부 개입 불가피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신서비스는 필수재이자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기반하므로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정부의 개입이 당연하다며 이 교수의 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통신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독과점으로 제4, 제5 통신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선 민간 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부의 일정 부분 개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신 서비스는 폭염·미세먼지 주의보 등을 발령할 때 주요 정보 전파 수단으로 사용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졌다"라며 "정부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에서 기본료 폐지 공약이 빠진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기본료 폐지로 이통사가 바로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은 엄살이고 거짓"이라면서 "지난 정권에서 가입비 1000원을 뺄 때도 통신사들은 지금처럼 투자 여력이 상실되고, 직격탄을 맞는다면서 반발했지만, 오히려 지금 영업이익은 더 늘지 않았냐"며 반문했다.

    안 처장은 "통신 3사 체제에서 가입자가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통사가 충분히 박리다매할 수 있고, 정액 요금제 아래 일정한 월 매출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본료 폐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4G를 포함한 기본료 1만 1000원 폐지와 분리공시, 중저가 요금제에서 데이터 기본 제공량 확대 등 다양한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며 "해외 선진국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의 할인율이 30~40%인 곳도 많은 만큼 한국에서의 할인율을 30%까지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 이통 3사 "100만 원짜리 단말기 가격 등 통신비 구성 요소 복합적 고려 필요"

    업계에서는 100만 원짜리 단말기 가격은 제외하고 통신요금에만 초점을 맞춰, 모든 부담을 이통사에 떠넘기는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먼저 통신비 부담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면서 "요금이 6만 원이라면 통신서비스는 3만 3000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단말기 등 통신서비스가 아닌데도 전체가 통신비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기본료 일괄 폐지에 대해선 "현 요금체계에서는 폐지해야 할 기본료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KT 김충성 상무도 "단말기 제조사, 장비업체, 유통업체, 정부 등이 통신비 인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며 "통신비에 포함된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인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김규태 상무는 "동일한 비율로 일괄적으로 인하하면 (3위 사업자로) 수익 구조가 취약한 우리는 더 어려워진다"면서 "요금 인하 외에도 낮은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시도를 보호해준다면 경쟁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서비스가 필수재가 된 만큼 형편이 어려운 계층에는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빠르게 체감 효과를 안겨줄 수 있는 보편 요금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통신비 인하방안에 알뜰폰 활성화 지원 대책이 있는 것엔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고, 2만 원대 보편 요금제 출시 의무화에 따른 매출 악영향을 우려했다.

    황성욱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알뜰폰에서는 이미 정부가 제시하는 보편 요금제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편 요금제 출시 전에 알뜰폰 사업자를 위한 대책을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구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도 "요금할인 확대로 이통사의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경우 겪게 될 유통업계의 고통을 분담할 각오가 돼 있지만 (정부가) 밀어붙이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일시에 요금할인율을 인상하게 되면 그 불똥은 유통에 더욱 크게 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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