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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문사 순직인정 '파란불'…故 김훈·박도진 중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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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의문사 순직인정 '파란불'…故 김훈·박도진 중위는

    • 2017-06-24 10:27

    문재인 정부 들어 군 당국 전향적 태도…유족들 기대 높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군(軍) 의문사' 사망자에 대한 순직 처리에 파란불이 켜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부활에 찬성했고,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지난달 27일 의문사 장병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군 당국이 최근 들어 사망군인 순직처리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새 정부의 관심이 더해짐에 따라 유족들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출범 첫해인 2008년부터 의문사, 자살자를 포함해 군 사망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 당국에 끊임없이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는 군인이 자해로 사망하더라도 구타나 가혹행위, 관리소홀 등 그 원인이 공무와 밀접한 연관성이 인정되면 순직 처리하라고 2012년 5월 국방부에 권고해 실제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권익위는 "사망의 형태나 방법이 분명하지 않은 '의문사'도 사망에 공무 관련성이 있다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2년 8월 김훈 중위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으나 5년이 다 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권익위는 2013년 10월 '군사망자에 대한 조사 및 심사실태 개선방안'을 국방부 등에 재차 권고하면서 진상규명 불능사건의 주요 사례로 ▲김훈 중위 사건(1998년 2월 사망)▲박도진 중위 사건(1998년 4월 사망)▲허원근 일병 사건(1984년 4월 사망)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 가운데 허원근 일병 사건이 가장 먼저 해결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허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결정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4년 4월2일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 소속 허 일병은 3발의 총상을 당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이 사건을 허 일병의 자살로 발표했지만, 2002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의 죽음이 타살이고 군 당국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군은 재조사를 거쳐 의문사위 조사결과가 날조됐다고 반박했다.

    권익위는 "허 일병이 GOP(일반전초) 경계부대에서 복무 중 사망했으므로 공무와 관련 없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한 공무 관련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순직처리를 권고했고 국방부가 이를 수용했다.

    국방부는 단발성 수용에 그치지 않고, 사망형태가 불분명한 '진상규명 불명자'의 사망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등 공무 관련성이 있으면 순직처리가 가능하도록 군인사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 김훈 중위를 비롯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규명 불명자로 분류한 40여명에 대한 순직처리 가능성이 커졌다.

    김 중위는 지난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에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최초 현장감식 두 시간 전에 이미 자살보고가 이뤄지는 등 부실한 초동 수사로 논란이 됐다.

    고 박도진 중위는 1998년 4월12일 군 장교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박 중위가 선정적인 만화책을 보며 성적인 행동을 하다가 질식을 일으켜 '자기색정사(自己色情死)'로 숨졌다며 변사로 결정했다.

    그러나 군의문사위는 군 조사 당국이 '자기색정사'로 사망원인을 규정하고 이에 맞춰 조사했다고 판단했다.

    박 중위 유족은 '관사에서 취침 중 사고'에 해당한다며 순직처리를 요구했으나 국방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2015년 기각결정을 내렸다.

    박 중위처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에서 순직 기각결정을 받은 사망군인은 42명이다. 김훈 중위는 심사 보류상태다.

    기각결정을 받은 유족들에게는 이달 중순부터 재심의 기회가 열렸다. 1회에 한해 재심사 청구가 가능하도록 한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기 때문이다.

    박 중위의 어머니는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아들을 보내고 19년이 지났다.

    내가 여전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살아가는 건 어떻게든 아들의 명예를 회복해주고 국립묘지에 안장해주기 위해서다"라며 "자살·타살을 떠나서 국가가 데려갔으면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고 눈물을 흘렸다.

    박 중위 어머니는 "22일 재심을 청구했다. 도진이를 포함해 진상규명 불명자로 분류된 사망군인 40여명에 대해서는 국가가 일괄적으로 순직처리를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권익위에서 군의문사 사건을 맡아온 문무철 조사관은 "군 사망자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는 틀이 이제야 제대로 갖춰지고 있다"며 "조속한 처리로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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