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사진=자료사진)
'비선실세' 최순실 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삼성그룹 간부들이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검찰과 특검 측 신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거부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훈련을 비롯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지원하는데 이들 세 사람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정에서 특검은 '최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신문을 시작했다. 하지만 황 전 전무는 이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아 법정 일대는 한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재판부가 증언 거부 의사라도 밝히라고 말하자 그제 서야 황 전 전무는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법정 증언이 자칫 자신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특검은 '뇌물공여와 관련된 조서를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한 사실이 있는지', '증인이 그와 같이 동의한 건 변호인과 협의 후 결정한 것인지' 등을 계속 물었지만 황 전 전무는 "죄송하다. 증언 거부하겠다"로 일관했다.
이에 특검은 "작성된 피의자심문조서에 사실을 진술한 것인지 물어보는 것은 증인에게 형사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또, "증인들이 이미 자신들의 재판에서 해당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모두 동의했다"면서 "따라서 이를 (오늘 재판에서) 인정한다고 해서 형사적으로 더 불리해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황 전 전무의 증언 거부가 계속되자 재판부는 결국 신문을 진행해도 계속 증언 거부가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 조서를 정리하고 증인신문을 마쳤다.
장충기 전 삼성그룹 사장 (사진=자료사진)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증언 거부의사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증언거부사유소명서를 제출했어도 증언이 형사적으로 자신한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소명할 의무가 있다"면서 증인들 법률대리인에게 서면으로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 측이 제출한 소명서를 바탕으로 증언 거부 타당성을 확인한 뒤 증인들의 재출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