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청와대 춘추관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사라지고 한 시민이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주변 곳곳에서 행해졌던 위압적인 검문·검색이 사라지면서 시민 수백 명이 다녀갔다.
청와대는 이날부터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했다. 구간은 분수광장이 있는 서문부터 춘추관 옆 동문까지 이어지는 460m의 차도와 인도다.
해당 구간은 당초 주간(오전 5시 30분~오후 8시)에만 통행이 허용됐다. 특히 낮에도 모든 차량과 시민을 붙잡아 일일이 방문 목적을 묻는 '일제검문'이 이뤄져 왔다. 인적이 뜸했던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이 50년 만에 전면 개방되자 외국인과 단체 관광객 등을 포함한 시민 수백 명이 청와대 앞길을 아무런 제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방문객들은 청와대 정문 안쪽을 바라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들고서 '셀카'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지인들과 사진을 찍던 최봉례(69) 씨는 "저곳에 대통령이 있냐. 멀리서 봐도 참 멋있다"며 "주변에 있는 수려한 산과 나무만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 인사동에서부터 걸어왔다는 회사원 김상재(35) 씨는 "이렇게 보니까 대통령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좋다.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상당수 시민은 새 정부의 '열린 경호' 방침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연극배우 추민기(34) 씨는 "그 전에는 너무 가두기만, 가리기만 해서 좀 섭섭했는데 이제는 청와대가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좋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민석(24) 씨는 "청와대 보안이 허술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면서 "그러나 국민들과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점을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바뀌었다는 것도 실감 난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청와대 춘추관 앞 도로에 바리케이드가 사라지고 차량이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청와대는 위험 징후가 포착되거나 테러첩보가 입수되면 그에 상응하는 단계별 경호 조치는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인시위나 집회도 상황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이날도 서문 앞 50m쯤 떨어진 곳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조원들은 "우리에겐 개방되지 않았다. 코앞 화장실 가는 것도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후 8시부터는 해당 구간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청와대 관계자, 시민 50명 등이 산책하는 행사가 청와대 주최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