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희생된 故 김초원씨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딸의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지난 3년여를 인사혁신처와 교육부 등을 발이 닳도록 쫓아다니며 "제발, 제 딸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던 아버지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늘 똑같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것.
세월호 사고로 '선생님'이었던 사랑스런 딸을 잃은 아버지들에게 '법과 원칙'은 비수로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그런 '법과 원칙'이 27일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새정부 출범 이후 첫 국무회의를 열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를 순직으로 인정하도록 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故) 김초원(당시 26세)·이지혜(당시 31세) 교사는 참사 이후 3년 3개 월여만에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됐다.
◇ "난 기간제니까 그냥 나올 수 있겠나. 다른 차별도 사라지길…"이날 국무회의 의결 소식을 전해들은 김 교사 아버지 김성욱(59)씨는 "문재인 대통령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이제라도 명예 회복을 할 수 있게돼서 먼 훗날 딸을 만나더라도 덜 미안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년을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터널을 지나는 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야 대표, 장관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도와달라고 했을 정도"라며 "세월호라면 쳐다보기도 싫어했다는 대통령과 노란색을 가장 싫어했다는 비선실세까지, 돌이켜보면 헛 세월을 보낸 것 같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김 교사와 이 교사 역시 순직인정을 받은 다른 교사들처럼 비교적 탈출이 쉬운 세월호 5층 교사 객실에서 학생 객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 대피를 돕던 중 희생됐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심사조차 하지 않았다.
김씨는 "기간제근로자는 산업근로자 신분으로 산재처리 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인솔해서 수학여행을 갔고, 학생들을 구하다 의로운 죽음을 당한 것"이라며 "선생님인데, 제자들이 밑에 있는데, 난 기간제니까 외면하고 나올 수 있겠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 교사의 아버지 이종락(63)씨도 문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씨는 "딸이 평소 기간제교사라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꺼려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순직 심사를 할 수 없다고 했을 때 사실 그냥 포기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버틸 수 있도록 지지해준 국민과 지난 스승의 날에 순직인정을 약속한 뒤 실제 이를 지켜준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기간제교사들에 대한 다른 차별도 점차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유족이 순직으로 인정해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청구하면 인사혁신처 위험직무 순직 보상심사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거쳐 순직이 인정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두 사람에 대해 순직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