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한국전력공사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 체계가 부당하다며 낸 민사 소송에서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27일 김모씨 등 868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전기의 분배를 위한 요금체계가 특정 집단에 과도한 희생을 요구해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상이한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사용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이미 납부 받은 전기요금과 100㎾h(킬로와트시) 이하 사용시 적용되는 기본요금 및 전력량 요금에 따라 계산한 전기요금의 차액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약관규정 무효확인청구 부분은 모두 각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 참가자 1인당 최소 4500원에서 최대 45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한전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6단계로,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 단가가 비싸지는 누진제였다. 반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6단계 11.7배수의 누진 구조'로 돼 있는 '전기공급약관'을 '3단계 3배수의 누진구조'로 변경해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주택용 요금제 개편으로 가구당 연평균 11.6%, 여름·겨울에는 14.9%의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 누진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 소송 대리인으로 한전을 상대로 총 12건의 누진제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는 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으로 승소한 곽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드디어 새 세상이 열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법원은 국민이 함께 부르짖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며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해 줄 것을 믿는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11월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은 각각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