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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간병 목적 동거는 '사실혼' 아냐…유족연금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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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간병 목적 동거는 '사실혼' 아냐…유족연금 줘야"

    '치매증상 악화되자 동거', '자식들 평소 찾아오지도 않아'

    (사진=자료사진)

     

    "간병을 목적으로 시작한 동거는 사실혼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는 사별한 전 남편 앞으로 나왔던 유족연금을 앞으로도 계속 받을 수 있다"

    박 모(81) 씨는 41년간 동고동락했던 남편과 1996년 사별했다. 이후 공무원이었던 남편 덕에 유족연금을 받아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박 씨의 둘째 아들이 어머니에게 남자가 있다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신고했다. 박 씨가 연금을 '부정 수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무원연금법 59조 1항에 따르면, 배우자가 재혼(사실혼 포함)하면 유족연금 수급 권리를 상실한다.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즉시 박 씨에게 유족연금 지급 중지를 통보했다.

    박 씨는 전 남편과 사별 후 지난 2010년부터 김 모(85) 씨와 친구로 지내기 시작했다. 인근에 살았던 터라 평소 왕래도 잦았다.

    그러다가 2015년 4월부터 박 씨의 치매증상이 악화되자 둘은 동거를 시작했다. 1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박 씨는 동거를 시작할 때 이미 '장기요양 4등급'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해 공무원연금공단 측은 이들과 면담을 가졌다. 여기서 김 씨는 "박 씨가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고 돌발적인 행동을 보여 보호 및 간병이 필요해 같이 거주하며 돌봐주게 됐다"고 진술했다.

    박 씨에게는 자녀 4명(2남2녀)이 있었지만 장남만 토요일마다 1~2시간 머물다 갔을 뿐 별다른 왕래가 없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박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 지급중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와 김 씨는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아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치매 증상이 악화될 무렵부터 동거를 시작했다는 점은 김 씨가 박 씨와 정상적인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하려했다기보다는 박 씨를 돌보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 씨 역시 그 무렵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그 상황에서 박 씨가 김 씨와 혼인의사를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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