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중국 단둥은행 등에 대한 단독제제 방침을 밝히고 있다. (백악관 영상 캡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중국을 인신매매국으로 낙인찍은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의 돈세탁 통로 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중국 단둥은행을 미국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대만에 대규모 미국 무기 판매를 승인하고, 대만 항구에 미 항모의 기항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역할이 미진했다고 보고 중국이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단둥은행과 다롄국제해운 등 중국 기관 2곳과 리홍리(53), 순웨이(35) 등 중국인 2명을 대북관련 제재리스트에 올렸다. 특히 이번 제재대상에는 중국은행인 단둥은행이 포함돼 주목을 받았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기사에서 전직 미 재부무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 당국이 북한을 도운 혐의로 중국 은행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단둥은행은 미국 은행과의 직접 금융거래는 물론, 외국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 거래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05년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제재와 맞먹는 조치여서, 북한의 자금줄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중국에도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직접 나와 "단둥은행은 북한이 미국과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주요한 통로(gateway) 역할을 해왔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연루된 기업들이 수백만 달러의 거래를 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마찰을 의식한 듯 "이번 제재는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다음주 G20정상회의에서 추가 대북제재 방안을 놓고 중국과 논의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과 갈등의 여지를 남겨뒀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을 비롯해 북한, 러시아, 이란, 콩고, 시리아, 수단, 기니, 베네수엘라, 우스베키스탄 등 23개국을 3등급 국가로 지정했다.
미국은 중국을 지난해 2등급에서 올해 3등급 국가로 강등하면서 탈북자의 강제 송환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이날 보고서를 공개한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중국이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진지한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미국은 이날 대만에 13억 달러 규모의 무기판매를 승인했다. 공대지 미사일 등 공격무기도 대거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미 해군 함정의 기항지로 대만 항구를 허용하는 내용의 '2018년 국방수권법' 개정안도 미 상원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인신매매국 지정이나 중국 단둥은행 제재, 대만에 무기판매 등은 중국에게는 하나같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게 3연타를 허용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오는 7일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북핵해법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이 북한을 제재할 추가적인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히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북한제재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국의 협조가 고르지 못했다(uneven)"고 표현했다.
북한문제 해법을 놓고 미중 양국간 의견이 엇갈리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미중 관계가 다시 긴장국면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