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29일 단둥은행 등 중국기업 2곳과 중국인 2명을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이 조치가 중요한 것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 3국 기관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사실상의 '세컨더리 제재'라는 점에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은행과 개인, 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결국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돈줄을 죄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북한과 금융거래를 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고, 여기에 예치된 북한 자산 2500만 달러가 동결되면서 북한이 당시 표현한 대로 "피가 얼어붙는 고통"을 준 적이 있다. BDA 이후 12년 만에 같은 방식의 제재가 이뤄진 셈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미국이 북한을 코앞에서 쳤다"고 평가했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으로 맞붙어 있어, 북한과의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는 단동의 은행을 제재대상에 올림으로써 북한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단둥은행은 BDA보다 북한과의 거래 규모가 더 크고 밀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신의주를 거점으로 하는 북·중 무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실효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도 2005년 BDA 제재 이후 상당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북한을 불편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번 조치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세컨더리 제재가 앞으로 확산되면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압박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강력히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도왔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1조 6천억원 규모의 무기판매를 승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대북 압박에 불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카드'까지 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 등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제재가 강화되면 북한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원은 "ICBM까지는 아니지만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강한 반발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이 BDA 제재 이후 첫 핵실험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미국과 중국의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북한은 ICBM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 등 대응 단계의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