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가 실손의료보험료 가격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가칭 '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 연계법'을 발표했는데, 과잉 진료를 유도하는 의료계에 대한 대책이 빠진 거예요. 그런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수장이 공백이니 뭐 이에 대한 언급이나 향후 대책 등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요. 업계는 당연히 손 놓고 스테이할 수 밖에 없는 상태죠."
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보험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정책 조율은 물론 당국과 소통할 창구조차 없다는 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금융당국의 수장이 메스를 들이댈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계 부채 종합 대책 마련, 성과연봉제 폐지 관련 가이드라인 확정, 기업 구조조정,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입 등 어느 하나 비중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새 정부의 '금융 홀대론'까지 말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장의 공석 때문에 금융업계가 거의 마비가 되다시피 한 상황인데도 계속해서 유력 후보만 바뀐 채로 거론되어서다.
여당 등 정치권은 금융을 소홀히 여겨서가 아니라 유력 인사 카드가 힘을 잃어 다른 후보군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했지만 여당과 시민사회, 노동계 등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김 전 위원장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기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계속해서 인사 문제가 불거지다보니 청와대가 검증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도 금융위원장 공석이 길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다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강화된 검증 등을 통과하는데 까진 시간이 걸린다. 인선 검증을 거친 뒤 후보자로 지명되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임명은 7월 말까지 밀릴 수도 있다. 또 다시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의 피로도는 최고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뜻대로 결정될 수도 있다"면서 "새 금융위원장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 현안들을 논의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